KIST 연구진, 실마리 찾아…쥐·토끼 등 포유류 실험 감소 기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려면, 사람에게 어느 정도 독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독성평가'가 필수다. 이 평가에는 쥐나 토끼, 개 등을 이용하는데 이런 포유류 대상 실험을 줄이는 방법이 개발됐다. 포유류 실험 전 '벌레'를 이용해 미리 독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강경수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박사팀이 예쁜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으로도 항암제의 독성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은 길이가 1mm 정도이며 1천 개 정도의 세포로 구성된 작고 투명한 생물이다. 유전자 수는 2만여 개인데, 이 중 40%는 사람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 세포 사멸이나 노화를 연구하는데 모델 생물로 이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예쁜꼬마선충에게 항암제인 '에토포사이드'(etoposide)를 먹여 생리적인 변화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항암제를 먹은 선충은 항암제를 먹지 않은 선충보다 성장이 80% 이하로 감소했고, 생식세포의 모양도 변했다. 낳는 알의 수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독성을 평가할 수 있다.
에토포사이드를 쥐에게 먹일 때도, 쥐의 체중이 감소하고 적혈구·백혈구 수가 감소하는 등의 생리적인 변화가 관찰된다.
강경수 박사는 "독성평가 때 쥐를 이용하면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리지만, 예쁜꼬마선충으로는 일주일이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며 "에토포사이드 외에 다양한 항암제와 항암제 후보물질의 독성을 예쁜꼬마선충으로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건강기능식품 등의 효능과 부작용을 검증할 때도 이를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KIST 기관고유사업, 농림축산식품부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독성학회지'(Environmental Toxicology) 6월호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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