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 佛사회당 존폐기로…대표주자 줄줄이 결선문턱서 고배(종합)

입력 2017-06-12 18:03   수정 2017-06-12 18:04

60년 전통 佛사회당 존폐기로…대표주자 줄줄이 결선문턱서 고배(종합)

사회당계열 현역의원 95명 1차투표서 탈락…결선 진출자들도 승리가능성 낮아

총선서 200여석 잃고 당사매각 가능성도…"좌파 전체의 유례없는 후퇴"




(서울·파리=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총선에서 전 정부의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당은 전례 없는 참패에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당대표와 대선 후보 등 대표주자들이 결선 문턱도 못 오르고 줄줄이 낙마한 가운데, 총선 이후 뼈를 깎는 쇄신 없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번 총선에서 사회당이 현재 보유한 277석 가운데 200석 이상이 줄어든 15∼40석 정도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사회당은 278석에서 56석으로 줄었던 지난 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말 치러진 총선 패배보다 참담한 패배를 맛보게 된다.

특히 중도좌파 사회당의 몰락은 더욱 극적이다.

20대 때 사회당원이었던데다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마크롱의 정계 개편 전략에 따라 존재근거가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회당의 참패는 지난달 대선에서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공화당과 더불어 전후 프랑스 현대정치를 이끌어온 사회당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4%까지 떨어지면서 당의 인기도 덩달아 수직 추락했다.

높은 실업률 등 경제상황이 계속 좋지 않았고 테러 위협은 계속됐으며,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였다가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등 좌·우를 오락가락하는 정책추진으로 올랑드의 국정 지지도는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 중에 처음으로 연임 도전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마크롱이나 마린 르펜 등 '아웃사이더'들이 정치 판도를 뒤흔든 지난 대선 당시 올랑드 대신 출마한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은 1차 투표에서 6%의 초라한 득표율로 5위에 머물렀다.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사회당이 대선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02년 리오넬 조스팽 당시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16%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총선에선 사회당의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서기장(당대표)조차 전통적으로 사회당이 강세를 보였던 파리 자신의 지역구에서 결선에도 못 오르고 탈락했다.

캉바델리 서기장뿐 아니라 당의 대표주자들이 줄줄이 결선 문턱을 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 대선후보였던 브누아 아몽은 대선에 이어 지역구에서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아몽의 지역구에서는 대부분의 선거구와 마찬가지로 앙마르슈와 공화당 후보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올랐다.

올랑드 정부의 마지막 내무장관을 지낸 마티아스 페클과 녹색당의 인기 정치인 세실 뒤플로 역시 1차투표에서 탈락하는 등 사회당 또는 중도좌파 연맹으로 사회당과 묶였던 정치인들이 결선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거 탈락했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모두 95명의 사회당 계열 현역의원들이 1차투표에서 탈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뉘엘 발스 전 총리가 사회당 출신으로 지역구에서 1차투표 1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사회당 이름을 걸지 않고 마크롱의 인기에 기대어 입은 승리였다.

발스 전 총리는 마크롱의 신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신당 앙마르슈와 사회당은 전직 총리를 예우해 해당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나마 총선 결선에 진출한 사회당 정치인 중에서는 마크롱의 편에 서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의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결선에서 탈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조차 유례없는 참패가 확실시되자 사회당은 침통한 분위기다.

연이은 선거 패배로 존폐 갈림길에 선 사회당 내부의 위기의식도 커지는 분위기다.

사회당의 예상 의석수가 극좌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보다는 높게 나타나고는 있지만, 정당지지도에서는 뒤진 점으로 미뤄 사회당이 좌파의 대표주자 자리를 프랑스 앵수미즈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 자신이 결선에 오르지 못한 캉바델리 서기장은 1차 투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좌파 전체의 유례가 없는 후퇴로 기록될 것이며 특히 사회당은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사회당은 기부금이 줄고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마저 줄어들면 정부 보조금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파리 중심가에 자리한 당사의 매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당 중진 쥘리앙 드레는 "매우 심각한 정치적 위기"라며 "결선투표 이후에는 당의 정체성을 완전히 새로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 앙마르슈가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휩쓸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캉바델리 사회당 서기장은 "의회에서 민주적 토론이 이뤄질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공화당 프랑수아 바루앵 총선대책본부장도 "한 정당에 권력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며 공화당 지지자들의 18일 결선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야당의 이러한 우려에 신당의 장폴 델부아 공천위원장은 "토론에서 소수는 존중돼야 한다. 우리는 지배하는 다수가 아닌 책임 있는 다수가 될 것"이라며 "야당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1∼10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견된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르펜 전 대표는 현행 선거 방식은 소수정당에 불리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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