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대상 거론 中하이난항공 "허위주장에 법률절차 준비"
中 당국, 압박 강화…궈원구이 "16일 추가 폭로하겠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지도부의 비리 의혹을 잇따라 폭로해온 도미(渡美) 부동산 재벌인 궈원구이(郭文貴·50) 정취안(政泉)홀딩스 지배주주를 상대로 하이항(海航)그룹(HNA)이 법정 다툼을 준비 중이다.
12일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하이항그룹은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궈원구이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의혹은 "아무런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모든 법률절차를 통해 권익을 지키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궈원구이는 트위터를 통해 응전 의사를 밝히며 비리폭로를 계속해나가겠다고 전했다.
하이항그룹은 궈원구이가 중국 지도부를 상대로 폭로한 각종 비리 의혹에 관여돼 있는 기업이다.
그는 특히 하이항그룹이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가족들과 밀접한 관계로 왕 서기 부인이자 혁명원로 야오이린(姚依林)의 딸인 야오밍산(姚明珊)이 조카를 통해 하이난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막강한 배경을 이용해 하이항그룹은 각종 부정부패에 개입하고 임원들이 보잉787 호화 전용기에서 음란 사치 행각을 벌여왔다고 궈원구이는 주장했다.
하이항그룹은 지난해 모두 500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영기업으로서 보기 드물게 중국 국유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이항그룹 대변인은 지난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관련 의혹은 모두 허위이며 "왕 서기든, 야오밍산 조카든 어느 누구도 하이항그룹 주주가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하이항그룹의 소송 움직임에 궈원구이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하이항그룹의 응답을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답변이 없으면 비교해볼 수도, 진상을 가릴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하이항그룹이 홈페이지 성명에 그치지 않고 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길 희망한다. 내가 헛소문을 퍼뜨렸다면 당신들이 손실을 입었을 것인만큼 나를 미국에서 고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16일 또다시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 폭로가 하이항그룹 성명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법정 다툼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시사평론가 천제런(陳杰人)은 "하이항그룹의 반박성명이 중국 지도부의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이항그룹이 중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하면 궈원구이가 중국에 돌아와 소송에 응하기 어렵고 미국에서 소를 제기하면 미국 법규에 부합할지 여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왕 서기가 하이항그룹 전신인 하이난항공 창업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왕 서기가 1988년 중국 농촌신탁투자공사 총경리로 일할 때 하이난항공 창업자인 천펑(陳峰)을 수하에 두고 일한 적 있다고 전했다.
궈원구이는 일찌기 왕유제(王有杰) 정저우(鄭州)시 서기 등 권력층과 관계를 맺은 뒤 마젠(馬建) 국가안전부 부부장, 장웨(張越) 허베이(河北)성 정법위 서기 등과 이권을 주고받았던 인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8월 궈원구이가 미국으로 도피한 뒤 이듬해 1월 마 부부장이 중앙기율검사위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2016년 4월엔 장 서기도 조사를 받으며 낙마했다.
이에 대해 궈원구이는 자신이 탄압을 받고 있다며 폭로 방식으로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의 비판을 반박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궈원구이의 거침없는 비리 폭로에 중국 당국도 그의 주변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인터폴에 궈원구이의 적색 수배를 요청하고 궈원구이와 부패 관리들이 연계됐다는 선전전을 공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궈원구이가 지배주주인 판구(盤古氏)인베스트먼트 부하 직원들을 사기 대출 혐의로 기소한데 이어 공개재판을 진행함으로써 궈원구이의 폭로 중단과 송환을 위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궈원구이의 추가 폭로를 막고 귀국을 설득하기 위해 부인과 딸 등 가족의 미국행을 허용하기도 했다.
궈원구이는 지난 4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왕 서기와 멍젠주(孟建柱) 정법위원회 서기의 부패 연루 혐의에 대한 조사를 푸정화(傅政華) 공안부 상무부부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jooho@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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