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던진 文대통령, 野지도부에 직접 '읍소'…인사정국 풀릴까

입력 2017-06-12 10:41   수정 2017-06-12 11:58

체면 던진 文대통령, 野지도부에 직접 '읍소'…인사정국 풀릴까

'강경화 구하기' 대야설득 대통령이 전면에…전례 없는 일

康 임명 강행시 靑·野 모두에 부담…야3당 기류변화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야당 지도부와 만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의 임명에 협조를 요청한다.






대통령이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 절차를 위해 직접 야당 지도부에 고개를 숙이고 읍소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의 체면이나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실리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이기에 가능한 결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강경화만큼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야(野) 3당 내에서 기류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현재 청와대와 야 3당은 강경화 내정자를 두고 강경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강 내정자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의 상당 부분을 소명했고 남은 의혹도 지명을 철회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야 3당은 위장전입과 가족의 탈세 의혹 등을 내세워 지명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임명 동의 여부를 강경화 내정자 지명철회와 연계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야 3당의 태도 변화를 위해 청와대 정무라인이 물밑 접촉과 설득 작업을 벌여왔으나, 야권은 요지부동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9일 청와대 대변인 발표 형식을 빌려 국회에 강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호소했으나,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직접 국회를 방문해 야당 지도부를 설득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일자리 추경 통과를 위한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국회 부의장단을 만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급발진한 정부라는 한계와 특수성을 설명하고 특히, 한·미정상회담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이를 총괄할 외교부 장관 임명이 시급함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먼저 낮은 자세를 보임으로서 야권의 체면을 살려주는 대신 강 내정자를 포함한 장관 내정자의 임명 절차에 협조해달라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는 야당에 '대통령의 읍소'라는 전리품을 안겨주는 동시에 '더 나올 카드는 없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물밑에서 협상이 오가던 때와는 달리 대통령이 직접 움직인 이상 협상 테이블에 다른 카드가 올라올 가능성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이 문 대통령이 건넨 선물을 받아들고 강 내정자에게 길을 열어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야권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길을 터줄 명분을 제공한 만큼 야권 내부에 기류변화가 생기기를 고대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취임 직후 야당 대표를 만나셨고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협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오늘 만남이 사태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을 계기로 "이만하면 됐다"는 인식이 확산해 야 3당 중 일부라도 강 내정자 임명에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다면 앞으로의 청문회 정국도 순탄하게 풀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문 대통령의 직접 설득에도 야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청와대와 야권 모두 결단의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의 선택지에는 '지명철회'와 '임명강행' 두 가지 경우의 수밖에 남지 않는다.

체면에 개의치 않고 본인이 직접 야당 지도자에게 고개를 숙인 마당에 문 대통령이 강 내정자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문 대통령은 강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나 이 경우 정국경색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이는 야당에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대립각을 세우다가 장관 임명을 강행한 역대 정권과 달리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설득에 나섰는데도 야당이 임명 반대를 고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문 대통령에게 '할 만큼 한 것 아니냐'는 명분만 제공하고, 정국경색의 책임은 야당이 지는 상황이 빚어질 공산도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7∼8일 전국 성인 1천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2%에 달했고, 리얼미터가 지난 5∼9일(6일 제외) 전국 유권자 2천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78.9%로 1주 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지지율이 깡패'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정치권에서 지지율은 최고의 명분으로 통한다. 청와대와 야권이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한 지혜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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