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번째 투표…극심한 경제난에 90%이상 '州편입'에 찬성
'승인 권한' 美, "투표용지 승인 안했다" 선긋기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카리브 해의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가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미국 주(州)로의 편입을 원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실시된 주민투표의 예비 결과에서 거의 5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미국 51번째 주(州) 지위 획득을 원했다.
이에 비해 7천600명가량은 자유연합·독립 체제(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자치권을 얻는 형태)를, 6천700명가량은 독립을 각각 선택했다.
이번 주민투표에는 총 226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23%(51만여명) 정도만 참여했다. 90% 이상이 미국 주로의 편입을 원한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미국 주로의 편입을 위해서는 미국 의회 승인과 대통령의 추인을 얻어야 한다.
리카르도 로셀로 푸에르토리코 자치정부 주지사는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미국 주로의 편입을 택했다"면서 "오늘부터 미 연방정부는 푸에르토리코 대다수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법무부 대변인은 "푸에르토리코 투표용지를 검토하거나 승인하지 않았다"면서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4월 퇴짜를 놨다. 이에 푸에르토리코는 재검토를 요구하며 투표용지를 다시 제출했으나 미 법무부는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면서 투표 연기를 요구했었다.
특히 푸에르토리코 내부에서도 상당수의 정당이 투표를 보이콧했으며, 낮은 투표율을 지적하며 투표의 유효성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1508년 스페인 식민지로 편입된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이 스페인을 몰아낸 뒤 괌, 사이판처럼 미국 자치령으로 운영돼왔다.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권은 없다. 연방의회에는 하원의원 1명을 선출해 파견하지만 표결권이 없다. 세제 등 내치는 주민 직선으로 선출한 주지사가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미국 주로의 편입을 원하는 이들은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날 계기로 보고 있다.
현재 푸에르토리코의 실업률은 12%에 달한다. 식료품값은 미국 본토보다도 22%, 공공요금은 64% 비싸다. 열악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 지난 10년간 약 50만 명이 플로리다 등 미국 본토로 옮겨갔다.
나랏빚은 730억달러(약 83조원)에 달해 푸에르토리코 자치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미국 주로의 편입 시 문화적 정체성 상실은 물론, 수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연방세 납부 의무로 경제적으로 더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표 반대자들 가운데 일부는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가지위에 관한 주민투표는 1967년, 1993년, 1998년, 2012년에 이어 이번에 다섯 번째 이뤄졌다.
첫 세 번의 투표에서는 미국 주로의 편입과 현지위 유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2012년 투표에서는 54%가 지위 변화를 원했고, 이 중 61%가 주로의 편입을 원했다. 반면 5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의 해당란을 공란으로 남겼고, 이는 투표의 유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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