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해 때문에 모내기 두번 하기는 처음" 가뭄에 까맣게 탄 농심

입력 2017-06-12 14:14  

"염해 때문에 모내기 두번 하기는 처음" 가뭄에 까맣게 탄 농심

충남 서해안·전남 진도 간척지 염해 확산…재이앙 서둘러도 비 안 오면 막막

(서산·진도=연합뉴스) 조성민 박성우 한종구 기자 = 국내 대표적인 곡창지대 중 한 곳인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A지구 간척지는 6월 중순에 가까운 데도 파릇파릇하게 벼가 자란 논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내기한 논 대부분 거품이 섞인 물만 있고 제대로 자란 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자란 모도 누렇게 말라죽어 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아예 모를 심지 않은 채 방치된 논도 적지 않다.

긴 봄 가뭄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줄면서 천수만 간월호 물의 염도가 치솟아 이 물을 사용하는 벼가 생육에 지장을 받아 고사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군 서부면 천수만 A 지구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72) 씨는 "내 평생 4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모내기를 두 번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5월 중순에 모내기했는데, 모가 지난주부터 말라 죽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다 죽었다"며 "농사를 지으려면 다시 모내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모내기 마지노선은 7월 초다. 이때를 넘기면 수확 자체가 불가능하다.

7월 초에 모내기를 한다 해도 수확량은 30∼40%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씨의 논과 농로를 사이에 둔 옆 논에서는 논 갈아엎기가 한창이다.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던 이모(68) 씨는 "5월에 모내기를 했는데, 염해로 모가 다 죽어서 다시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충남 서북부 지역에 제한급수가 진행되던 2015년보다 상황이 나쁘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면서 간척지를 개발한 논바닥에서 염분이 올라와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근 담수호의 염분 농도도 높아지면서 물은 있지만, 벼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논에 있는 물을 찍어 먹어보니 바닷물처럼 짜다.

일반적으로 영농 한계치 염도는 2천800ppm으로 알려졌지만, 이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간월호 염도는 3천ppm을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농민들은 그나마 소금물이라도 앞으로 열흘 이상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마저 끊길 것으로 우려한다.

김종환 한국들녁경영체충남연합회 부회장은 "천수만 간척지에서 모내기한 농민 상당수가 다시 모내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2차 모내기를 위한 못자리 주문이 속출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모내기를 두 번 할 경우 농민으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자체에서 2차 못자리 비용의 80%를 지원해주지만, 운반비와 이앙비, 농약 살포비용 등을 포함하면 1㏊당 200만∼300만원 가량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간척지 논이 많은 전남 진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남 전도군 진도읍 전두리 전두간척지는 전체 100㏊의 논에서 염해로 모가 말라죽어 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산면 보전간척지도 150㏊ 중 절반이 넘는 60㏊의 논에서 염해로 인해 모가 고사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전두2리 이장 김경필(42) 씨는 "7천여 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런 염해는 생전 처음"이라며 "5월 중순께 심은 모들이 현재 염해로 인해 일부 말라죽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살아남은 모들도 모두 축 늘어져 소금물에 담가진 상태로 거의 죽기 직전"이라며 "일주일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완전히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곽성민 진도군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계장은 "간척지 논의 경우 염도가 현재 0.35 이상이어서 염해가 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일주일 이내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집단 고사 등 심각한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비가 오지 않으면 다른 곳의 저수지에서 물을 공급할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염해 면적이 워낙 방대해 물 공급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우열 천수만 AB 지구 경작자 협의회장은 "A 지구의 경우 전체 영농지가 6천500㏊ 되는 데 70%가량이 염해를 입어 재이앙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재이앙을 해도 비가 계속해서 내리지 않으면 사실상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농민들이 물도 없는데 재이앙을 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재해보험이라도 타려는 마지막 몸부림"이라며 "비가 내리지 않아 농사를 이렇게 망친다면 정부가 재해지구를 선포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min36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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