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금 24억3천40만원…김시우·안병훈·왕정훈·김민휘 출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세계 골프 대회 가운데 가장 어려운 코스를 만들어 치르는 US오픈이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 힐스 골프장(파72)에서 15일(한국시간) 밤에 개막해 나흘 동안 열린다.
올해 117회째를 맞은 US오픈은 선수보다 개최 코스가 더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샷과 퍼팅 등 실력 뿐 아니라 체력, 인내심, 전략, 용기, 의지 등 선수의 모든 것을 시험대에 올려놓는 가혹한 코스 세팅 때문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US오픈을 버디 경연장으로 여기지 않는다. 얼마나 파를 잘 지켜내느냐를 놓고 겨루는 대회로 만든다. US오픈에서 언더파 스코어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까닭이다.
USGA는 미국 전역에서 어려운 코스를 골라내 더 어렵게 세팅해 선수들을 불러 모은다.
올해 USGA의 선택을 받은 개최 코스는 불과 11년 전에 개장한 새 얼굴이다.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큰 도시 밀워키 근교에 위치한 퍼블릭 골프장인 에린 힐스는 US오픈 개최 코스의 특징인 긴 전장(7천741야드)과 빠르고 단단한 그린, 그리고 좁은 페어웨이를 감싼 질기고 두터운 러프 등을 빼놓지 않고 갖췄다.
문을 연 지 11년밖에 안 됐지만 2008년 US여자 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과 2011년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치러 까다로운 USGA의 입맛에 일찌감치 합격점을 받았다.
USGA가 측정한 코스 레이트는 78.4타로 나왔다. 이븐파를 치는 수준의 골퍼가 이곳에서는 6타 가량 더 친다는 뜻이다.
재미교포 케빈 나(한국이름 나상욱)가 연습 라운드를 갔다가 SNS에 올린 동영상은 에린 힐스 골프장이 얼마나 가혹한 무대가 될 것인지 미리 알려준 예고편이다.
볼을 서너 발짝 거리의 러프로 툭 던져넣은 케빈 나는 겨우 볼을 찾았다. 발목 길이로 자란 러프에 잠긴 볼을 있는 힘껏 쳐봤지만, 볼은 겨우 한 발짝 움직였을 뿐이다.
케빈 나는 "18홀 내내 페어웨이를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러프가 무성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올해 아예 문을 닫고 US오픈 준비에 전념한 에린 힐스 골프장은 US오픈 개최 코스의 특징을 모두 갖춘 데다 페어웨이마저 단단하다. 수천 톤의 모래를 뿌려 다지고 물이 원활하게 빠지도록 만든 덕이다.
선수들은 공이 떨어지는 지점 뿐 아니라 구르다 멈추는 지점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스코틀랜드 링크스를 연상시키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코스 풍광을 본 선수들은 바람이 불면 코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린 힐스 골프장에는 파5홀이 4개다. 하지만 쉽게 버디를 챙기는 파5홀을 생각하면 안 된다.
파5홀 4개 모두 600야드가 넘는다. 그냥 긴 게 아니라 좁은 페어웨이, 벙커, 러프, 해저드, 높은 포대 그린 등 골퍼가 싫어하는 장애물을 모조리 모아놨다.
코스는 어렵고 출전 선수는 쟁쟁하지만, 세계 최고의 권위에 걸맞게 총상금이 무려 1천200만 달러(약 135억2천만원)이다. 작년보다 200만 달러(약 22억5천만 원)나 늘었다. 골프 대회 사상 최고액이다. 우승 상금 역시 216만 달러(약 24억3천400만원)로 지금까지 어떤 골프 대회도 넘보지 못한 금액이다.
올해 대회에서는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의 타이틀 방어 여부가 중요 관전 포인트다.
최정상급 선수가 모두 모이는 US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 선수는 1989년 커티스 스트레인지(미국) 이후 28년 동안 없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타력과 한층 정교해진 아이언과 퍼팅을 앞세워 지난해 생애 처음 US오픈 정상에 오른 존슨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우승 후보 1순위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업체는 모두 존슨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크게 점쳤다.
특히 그는 작년 US오픈에서 벌타 부과를 통고받은 채 최종 라운드를 치르고도 3타차 완승을 끌어내는 강인한 정신력까지 과시했다.
다만 마스터스를 앞두고 계단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존슨은 복귀 후 네 차례 대회에서 준우승 한 번뿐 세계 넘버원다운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2015년 존슨을 꺾고 US오픈을 제패한 세계랭킹 6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2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스피스는 2011년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치른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코스 공략법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는 강점이 있다.
당시 8강에 올랐던 스피스와 함께 에린 힐스 골프장을 미리 겪어본 선수 가운데 저스틴 토머스, 브룩스 켑카, 러셀 헨리(이상 미국),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 등도 이번 대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병훈(26)도 당시 대회에 출전했지만, 중도 기권했다.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역시 US오픈 정상 복귀를 꿈꾼다. 2011년 US오픈을 우승한 매킬로이는 "코스가 내 경기 스타일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큰소리를 쳤다.
모친 건강 악화로 집중력이 떨어진 듯 올해 통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세계랭킹 3위 제이슨 데이(호주)도 명예 회복을 벼른다.
그는 "US오픈에서 우승하는 길은 한꺼번에 많은 타수를 잃을 모험을 삼가고, 페어웨이를 지키고, 감정을 잘 통제하는 것"이라며 노련함을 무기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샷 테크닉이 뛰어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애덤 스콧(호주), 리키 파울러(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도 우승 후보로 꼽았다.
스페인 출신 새별 존 람도 도박사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세계랭킹 60위 이내 선수 가운데 58명이 출전하는 만큼 누구도 우승자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김시우(22), 안병훈(26), 왕정훈(22)이 세계랭킹으로 출전권을 받았고 김민휘(25)가 예선을 거쳐 합류해 한국인 출전 선수는 4명에 이른다.
한국 선수 및 주요 선수 티타임은 다음과 같다.(한국시간 *표는 10번홀 티오프)
▲15일 오후 8시45분 = 김민휘*
▲15일 오후 9시18분 = 왕정훈*
▲15일 오후 9시51분 = 마쓰야마 히데키, 리키 파울러, 존 람*
▲15일 오후 10시35분 =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마르틴 카이머*
▲16일 오전 3시14분 = 김시우
▲16일 오전 3시36분 = 버바 왓슨, 애덤 스콧, 세르히오 가르시아
▲16일 오전 4시9분 = 제이슨 데이,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로즈
▲16일 오전 4시9분 = 안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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