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트럼프 비꼬는 트윗으로 화제

입력 2017-06-13 07:01   수정 2017-06-13 11:21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트럼프 비꼬는 트윗으로 화제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전용 사이트도 개설, 트럼프 피해 메르켈과 먼저 악수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11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1차 투표 출구조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이 의석의 최대 77%를 석권할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선 트위터 활용이 눈에 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한 메시지 발신 일상화를 의식한 듯 마크롱 대통령도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비꼬는 듯한 문장을 구사, "반트럼프" 성향 인터넷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로 오시라".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자신의 연설 동영상을 첨부했다. 이민수용에 부정적인 트럼프를 의식, "개방된 국가" 프랑스를 세계에 어필하는 내용이다. 이 트윗은 5천회에 육박하는 리트윗이 이뤄졌다.




링크된 동영상의 마지막 장면에는 지난 1주일간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트럼프가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직후 마크롱은 지구온난화 대책은 세계적인 과제라고 호소했다. 협정 이름에 '파리'가 들어있는 데서 보듯 프랑스는 이 협정을 발효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단골로 이용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모방해 반격한 모양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전용 사이트도 개설했다. 사이트 첫 페이지에 "프랑스는 언제나 인권을 위한 투쟁을 주도해 왔다. 이제 지금까지 이상으로 기후변동에 대한 투쟁을 주도할 생각이다. (그리고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존 미디어에 대한 노출 기회도 놓치지 않고 있다. 5월에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다른 정상들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마크롱은 정면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뒷걸음치는 시늉을 하자 오른쪽으로 약간 방향을 틀어 트럼프를 피했다. 그리고는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다가가 먼저 악수를 했다. 트럼프를 뒤로 돌린 것. 이 장면을 찍은 동영상도 널리 퍼졌다. 마크롱 자신이 트위터에도 거론한 것으로 보아 치밀하게 계산된 "확신범"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 정상회담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과의 '강렬한 악수'도 화제가 됐다. 당시 곤혹스러워하는 트럼프의 표정이 인터넷에서 많은 히트를 기록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상대에게 굴복하지 않는 자세를 연출해 뭔가 화제를 만들어내는 트럼프 방식을 거꾸로 이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현재 마크롱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워는 약 140만 명이다. 3천200만 명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치지만 취임 이후 팔로워를 착실히 늘려 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날은 하루 10번 가까이 트윗을 날리지만, 마크롱은 그렇게까지 많이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프랑스어와 영어를 섞어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프랑스 이외의 국가에서도 "반트럼프"성향의 팔로워 확산을 노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넷상 대결이 마크롱의 계산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국내에서 러시아 게이트로 흔들리고 파리협약 탈퇴로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는 상태에서 마크롱이 총선 결선투표에서 완승, 국내 장악에 성공하면 다음에 만날 때도 양자가 대등하게 겨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롱은 지난달 29일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부터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러시아 내 체첸공화국의 동성애 탄압 사건까지 외교적으로 껄끄럽고 민감한 사안들을 주저 없이 모두 테이블 위에 돌려 '스트롱맨 전문가'라는 평가도 받았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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