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 정부가 동남아를 상대로 한 '신남향(新南向) 정책'에 따라 동남아어를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고 '이주여성 친정외교'를 강화하기로 했다.
12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교육부는 2019년부터 베트남어 등 7개 동남아 언어를 대만 공립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이주민 자녀를 대상으로 모국어를 가르치도록 할 계획이다.
대만은 추후 이들 이주민 자녀를 신남향 정책의 선봉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새로 시행될 어문 교과과정에는 기존 중국어, 본토어(민남어, 객가어), 영어 외에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인도네시아어, 말레이시아어, 미얀마어, 필리핀어, 태국어 등 7개 언어가 '신주민(新住民)어'로 새롭게 편입된다.
대만의 이 같은 모국어 교육 계획에 따라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본토어와 신주민어 중 하나를 선택해 주 한차례 40분씩 수업을 들어야 하고, 동남아 이주민 자녀들은 동남아어 수업을 듣게 된다.
즉, 일반 대만인 자녀는 본토어와 동남아어 중에서 하나를 필수선택 과목으로 듣게 되고 동남아 이주민 자녀들에 대해선 반드시 자신의 모국어인 동남아어를 습득하도록 교과과정을 제공토록 한 것이다.
중·고교 과정에서도 탄력적으로 수업시간을 운용하되 매주 1차례 45∼50분씩 수업을 제공하도록 했다.
판원중(潘文忠) 대만 교육부장(장관)은 "신주민의 자녀 출생에 따라 동남아 각국 문화, 언어가 대만에 유입됐다"며 "이들은 신남향정책의 상호 보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대만과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의 소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이처럼 동남아어 교육을 강화하는 이유는 동남아 이주민 자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남향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만 이민서(출입국관리국)는 지난 4월 현재 대만에 거주하는 외국인 배우자는 17만 명으로 베트남인이 9만8천여 명에 이르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가 그 뒤를 잇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만내 공립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신주민 자녀는 11만4천 명으로 그중 베트남 출신 자녀가 8만여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신주민 자녀 가운데 40%가 모국어를 읽고 쓰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이주민들이 시부모로 인해 가정에서 모국어를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 역시 모친이 쓰는 언어에 대한 유용성을 느끼지 못하고 사용시 열등감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린이쉬안(林宜玄) 타이베이 과기대 교수는 "동남아어 정규화 교육은 신주민의 모국어 선택권을 존중하려는 취지"라며 "일반 대만학생도 동남아 어학과정의 학습과 및 문화 교류를 통해 신주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동남아어 교과과정 편입에 앞서 교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결혼한 이주민 여성을 위주로 교사 전문 양성교육을 실시해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주민 여성의 학력을 상관하지 않고 36시간의 교육과정, 학급 경영 능력 등을 훈련받고 전문가 심사를 통과하면 교사 자격이 부여된다. 현재 이주민 800여 명이 심사를 통과한 상태로 이는 2년 후 신교육과정에 필요한 예상 인력의 7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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