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법원이 최근 퇴임한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를 추천할 대법관 추천위원회를 14일 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예고된 '사법권력'의 대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법관 추천위는 지난달 2일 퇴임한 이 전 대법관과 이달 1일 퇴임한 박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를 선정해 대법원장에게 추천하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추천된 후보자 중 2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추천되는 대법관 후보 2명을 포함해 임기 중 13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한다. 가장 최근에 취임한 김재형 대법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법관 전원에게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그중에는 오는 9월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도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임기 중 재판관 9명 중 8명을 새로 임명하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 있는 김이수 헌재 소장 후보자도 그중 한 명이다.
대법관 인선은 대법관 추천위의 추천에서 시작된다. 이 제도는 대법관 제청권 행사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독단을 막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자는 취지로 2011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대법원장 자문기구에 불과하고, 회의 절차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이어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등을 이루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법원조직법상 대법관 후보 추천위는 선임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대한변협회장, 한국 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일반 법관 1명, 비법률가 3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추천위원 3명이 현직 법관이고, 대법원장이 3명을 별도로 위촉할 수 있다. 대법원장의 '입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한 것이다.
이번 추천위가 심사할 36명의 후보자를 보면 30명이 현직 판사이다. 여성은 4명에 그쳤고, 학계 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대·판사 출신·남성'이라는 대법관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후보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셈이다. 대법관의 업무 특성상 고도의 재판업무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고, 사회적 약자·소수자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후보가 적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법관 후보 추천방식에 대해서는 사법부 안팎에서 개선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 내에서는 대법원장 대신 국회와 법관 대표, 법률가단체, 법학계 등이 일정 수의 추천위원을 지명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추천위원 중 대법원장 위촉 몫을 국회에 넘기고, 장기적으로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권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이런 개선요구가 분출하는 배경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의 보수화와 관료주의가 심화한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판사들의 학술활동을 방해하려 했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계기로 오는 19일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사법부는 일선 판사들은 물론이고,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후임 대법원장 인선에 맞춰 대법관 후보 추천방식의 개선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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