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었으면 서른살 미선이…SOFA 개정 밑거름되길"

입력 2017-06-12 17:35   수정 2017-06-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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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었으면 서른살 미선이…SOFA 개정 밑거름되길"

13일 미군 장갑차 희생 미선·효순 15주기

(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살아있었으면 이제 미선이가 서른 살이 됐겠네요. 그동안 시간이 흐르는 걸 애써 외면하고 지내왔는데…"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고 심미선 양의 아버지 심수보(63) 씨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선·효순 15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연합뉴스는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심씨의 자택에서 심씨를 만났다.


심씨는 "이제 해줄 얘기가 없다"면서도 "조용한 시골 마을이던 이곳이 그땐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며 찬찬히 회고하기 시작했다.

2002년 6월 13일 효촌리 마을 앞 도로에서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심미선·신효순 양이 치여 숨졌다. 두 여중생은 친구 생일 파티에 가던 길이었다.

이들의 죽음은 지방선거와 한일월드컵 등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운전을 한 미군 병사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왔다. 전국 곳곳에서 추모의 촛불이 켜졌다.

심씨는 "촛불의 시작은 멋있었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이 정치에 이용되는 것 같고 군, 경찰, 시청까지 지켜보는 느낌에 모든 걸 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당시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유족들을 방문하는가 하면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헬기를 타고 사고현장까지 왔다고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 직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유가족을 만나 위로의 인사를 건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공식 사과도 했지만 미선·효순 양의 죽음은 대선 정국이던 당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을 뿐, 이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는 "그래도 15년 동안 한결같이 미선이, 효순이를 잊지 않은 게 시민단체더라"며 "이제는 믿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분들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추모제를 주관하는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는 시민 모금으로 부지를 사들여 사고현장 앞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진상 규명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1주기 추모제 이후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심씨와 고 신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씨는 오는 13일 15주기 행사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심씨는 "소파(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라는 게 우리나라가 많이 어렵던 시절에 만든 내용인데 그쪽(미국)에 유리하게 만들지 않았겠냐"면서 "이제라도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불평등한 소파 개정의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su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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