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대변인 "시급한 상황·친절한 설명·절박한 호소로 요약"
청년·여성·노인 일자리 사례 들며 "해법은 딱 하나 좋은 일자리"
장관 임명 협조는 언급 안해…추경·장관 임명 '투트랙' 진행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용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하루빨리 추경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호소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마디로 시급한 상황, 친절한 설명, 절박한 호소로 요약될 수 있는 연설이었다"고 밝혔다.
'시급한 상황'은 연설문 곳곳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 분배의 불균형, 청년 실업과 이에 따른 저출산 문제 등을 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를 통해서도 새로운 도전 과제로 '경제 민주주의'를 제시하면서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경제 민주주의를 달성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전체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으며,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을 거치며 이룩한 제도적 민주주의 역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절박한 현실을 강조했다.
면접이라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취업준비생의 이야기와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청년이 부모에게 '다음 생에는 공부 잘할게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예로 들었다.
또 상처를 입고도 부족한 일손 때문에 동료에게 폐가 될 것을 걱정해 병가를 가지 못한 소방관, 새벽에 출근했다가 과로사한 우체국 집배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종 통계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연간 청년실업률은 2013년 이후 4년간 급격하게 높아졌고,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소득분배의 악화를 보여주는 지표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소득은 2016년에 무려 5.6% 줄었고, 같은 기간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2.1% 늘었다"며 "특히 주목할 것은 1분위 계층의 소득감소가 5분기 동안, 1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위 10%가 전체 소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데 통계상으로는 OECD 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며 "과세에서 누락되는 고소득자의 소득이 많은 실정을 고려하면 우리의 소득 불평등 정도가 미국보다 심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심각한 고용상황을 두고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해법은 '일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도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를 늘려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키우고 이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재투자를 끌어내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부활시키는 것이 새 정부의 경제기조인 'J노믹스'의 근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약 11조2천억원 규모인 일자리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추가로 반영된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를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동원해 예상편성권을 쥔 국회의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이었다.
정부가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는 안전·복지·교육 등 국민 모두를 위한 민생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면서 충원이 필요한 현장 중심의 인력을 확충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문 대통령은 "소방관은 법정 인원에 비해 턱없이 수가 부족하고 근로감독관 1명이 사업장 1천500여 개를 담당하는 실정"이라며 "경찰관, 부사관, 군무원, 집배원, 가축방역관 등 국민 안전과 민생 현장에서 일할 중앙과 지방 공무원 1만2천명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부문 일자리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사실상 청년 일자리"라며 "청년실업 해소와 민생사회서비스 향상의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내일채움공제'의 적립금과 대상인원을 확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로 했고, 청년이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3천억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3개월간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구직촉진수당 신설과 2천700호분의 청년 다가구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예산도 반영했다.
다음으로 여성을 위해서는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두 배까지 늘리고, 국공립 어린이집 360곳 신규 설치,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측정장치 설치를 위한 예산을 반영했다.
특히, 육아휴직 급여 확대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대선 때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공약과 큰 틀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는 되도록 갈등의 소지가 적은 항목부터 추경안에 반영해 최대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어르신의 일자리와 건강을 위한 예산으로는 노인 공공 일자리를 3만개 늘리고 일자리 수당을 월 22만원에서 월 27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또 현재 47곳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252곳으로 늘리기 위한 예산을 배정했다.
지역 밀착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하수관거 정비 등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예산을 배정했으며, 민생·국민안전 강화를 위해 4만1천여 가구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추가로 볼 수 있게 하고 스크린도어 안전 보호벽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반영했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약 3조5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 정부도 이번 추경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 예산을 일자리 정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민생 관련 사업에 중점적으로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추가 반영된 예산의 씀씀이를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은 국회가 대승적 차원에서 추경 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이라며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경과 함께 정국의 핵심 쟁점인 장관 후보자 임명 관련 국회의 협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전체 연설 중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한 대목이 우회적으로 장관 임명에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도다.
이는 추경안과 장관 임명을 연계하지 않고 별개의 처리 과정을 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어차피 인사청문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 인사청문회와 별개로 추경은 빠르게 됐으면 한다"며 추경과 인사청문회를 '투 트랙'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