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국내 첫 공개 "역시 봉준호" vs "기대만 못하다"

입력 2017-06-12 17:55   수정 2017-06-12 18:05

'옥자' 국내 첫 공개 "역시 봉준호" vs "기대만 못하다"

CGV·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동시 상영 불가 입장 변함없다"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전국 7개 극장서 사전 예매 시작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희선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12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언론 및 배급 시사회를 통해서다. '옥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베일을 벗기도 전에 배급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던 터라 이날 시사회는 온전히 영화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여서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대한극장의 3개 관에서 진행된 시사회에는 취재진과 영화계 및 극장 관계자 등 약 1천명이 몰렸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 사는 13살 소녀 미자(안서현 분)와 10년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인 슈퍼 돼지 옥자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영화다.

영화 상영 후 "역시 봉준호"라는 평과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엇갈렸다.

이명희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의 세계관이 확장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생물체를 통해 인간을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괴물'이 떠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심각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영화였지만, 봉 감독 특유의 풍자적 요소를 많이 넣어 너무 어둡고 심각하게 끌고 가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점은 잘한 것 같다. 이런 주제의식을 담은 영화를 재미있게 풀어가기 힘든데 성공적이었다"고 호평했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초국적 자본이 인간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착취한다는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다룬 것 같다. 사회 비판적 요소를 글로벌한 주제의식으로 확대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황 평론가는 "다만, 봉 감독 특유의 위트나 기발함은 기대했던 것보다 다소 부족한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에 비해 명랑한 '톤 앤드 매너'로 초창기 느낌이 물씬 풍긴다"며 "특히 다양한 시도가 참신했다"고 평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거대동물과 소녀의 아름다운 우정이 감동적이었고, 특히 사랑스러운 옥자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야기가 단선적이고,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희화화돼 메시지가 잘 전달이 안 된 측면이 있다"면서 "추격신 등은 긴장감 있게 진행되지만, 옥자와 미자와의 교감 부분은 다소 늘어진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예상 가능하고 너무 평이한 스토리 전개가 남녀노소 누구나 다 편하게 볼 수 있는 넷플릭스용 작품인 것 같다"(정지욱 영화평론가), "한국과 할리우드 배우 간의 연기 밸런스가 너무 달라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동화적인 표현 대비 영화의 주제가 무거워 관객들에게 다소 불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등의 엇갈린 평이 나왔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이달 29일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개봉하기로 하고, 이날 전국 7개 극장에서 사전 예매를 시작했다.

예매를 시작한 극장은 서울 대한극장, 서울극장, 청주 SFX 시네마, 인천애관극장, 대구 만경관, 전주시네마타운, 부산 영화의전당 등 6개권역 7개 극장의 1만석이다. 넷플릭스는 이들 7곳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예매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급을 맡은 뉴(NEW) 관계자는 "개봉 1주 전까지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전국 극장들과 상영관 규모를 순차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며 "우선 100여개 개인 극장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며, 그중 지역을 대표하는 7개 극장이 오늘 선 예매를 오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객들이 '옥자'를 멀티플렉스에서 관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극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극장 개봉 후 2~3주간 유예 기간을 거친 뒤 IP TV나 케이블 TV, 공중파 등에 상영되는 것이 기존 관행이었다"면서 "온라인과 극장 동시 상영은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며 극장 동시 개봉 거부 의사를 밝혔다.

CGV 관계자는 이날 "동시 상영 불가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고,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동시 개봉이 아니라 추후 재개봉 등의 방식으로 상영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옥자'의 공식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들을 동원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13일에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봉준호 감독과 틸다 스윈턴, 안서현, 스티븐 연, 변희봉, 최우식 등이 팬들과 만나는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한다.

이튿날에는 봉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봉 감독과 배우들이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간 갈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fusionjc@yna.co.kr,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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