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이 '1984'에서 묘사한 디스토피아는 어느덧 현실과 가까워졌다. 권력의 통제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오웰의 경고는 유효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의 2017년 미국에서 '1984'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뮤지컬로도 제작되며 '역주행'하는 이유다.
'1984'와 '동물농장' 등 그의 소설들은 인류를 향한 경고이자 예언으로 읽힌다. 신간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제3의공간)은 그의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밝힌 책이다. 저자 스테판 말테르가 추적한 오웰의 생애는 곧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독재 대한 비판이라는 그의 문학관이 굳건히 형성되는 과정이었다.
오웰은 생전에 "완전히 비정치적인 문학은 존재할 수 없으며, 특정한 사안에 대해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정치적 글쓰기를 완전한 자격을 지닌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 저자는 오웰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으로 두 가지를 든다.
첫째는 영국 식민지였던 미얀마(당시 버마)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한 일이다. 그는 아버지가 일하던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영국으로 이주한 탓에 동양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이튼스쿨에 들어간 오웰은 명문대 진학 대신 제국경찰 시험을 치러 버마로 떠난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폭력적 식민지배는 스무 살 오웰에게 트라우마로 각인됐다.
"버마에서, 나는 인종에 대한 이론을 들었다. 그것들은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이론보다는 덜 야만적이었지만 어리석기로는 막상막하였다." (93쪽)
5년간의 제국경찰 생활을 접을 즈음 그는 이렇게 썼다. "내가 했던 일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그 일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격렬하게 증오했다." 증오의 대상은 제국주의이기도 했다.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던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해 파시즘과 직접 맞선다. 독립노동당 기관지 '뉴 리더'의 통신원 자격이었다. 생애 두 번째 전기를 맞은 것이다.
그는 스페인에서 목에 총을 맞고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스페인 민병대에서 계급 없는 사회, 이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을 얻었지만 좌파 진영 내 세력다툼으로 탄압받았다. 영국 언론은 정치적 논란이 두려워 오웰이 전하는 스페인 내전의 실상을 외면했다. 스탈린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현실 사회주의는 "파시즘에 저항한다는 핑계로 강요하는 파시즘"이었다.
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살아 돌아온 오웰은 정치적 글쓰기라는 신념을 완전히 굳히게 된다. 스페인에서의 경험을 담은 '카탈로니아 찬가'(1938)와 스탈린 공산주의 독재를 풍자한 우화 '동물농장'(1945)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는 1949년 자신의 문학세계를 완성하는 '1984'를 출간했지만 이듬해 결핵으로 숨졌다. 10만 단어 넘는 원고를 타자기로 정리하느라 건강이 악화된 탓이 컸다.
'1984'는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작품이었다. 평단에서는 "권력의 공포와 현실을 진지하게 그리고 독창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4'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와 함께 20세기 대표적 디스토피아 문학으로 꼽힌다. 헉슬리는 이튼스쿨 시절 오웰의 프랑스어 교사였다. 용경식 옮김. 304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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