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진료 환자·보호자 '눈살'…흡연족 "어쩌란 말이냐" 항변
금연운동협의회 "입원환자 대상으로 금연 프로그램 확대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지난 12일 오후 3시께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정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입원복을 입은 한 사람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지나가는 사람 중 일부가 힐끗 쳐다봤지만, 이 환자는 평소 자주 피우던 장소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담배 한 대를 다 태웠다.
이날 담배·음료 등을 판매하는 거리 좌판대에서는 링거대를 끌고 나온 채 담배를 사는 환자도 목격됐다. 이 환자 역시 병원 정문 골목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박모(49·여)씨는 "어딘가 몸이 안 좋아서 입원한 환자가 흡연하는 모습이 결코 보기 좋을 리 없다"며 "저러고 그대로 병실에 들어가면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담배냄새 등으로 간접 피해를 줄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병원 전체가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병원 인근이 환자들의 '흡연장소'로 변하고 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건물 실내만 아니라면 주변에서 담배를 피워도 마땅히 제재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주변에서는 가급적 흡연을 삼가달라고 요청하고 싶지만, 딱히 제재할 방법은 없다"며 "입원복을 입고 흡연을 위해 낮에 잠깐 외출하는 것 역시 '환자의 자유'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외래진료나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가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흡연 환자들이 병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론도 있다. 흡연자 이모(46·남)씨는 "병원 전체를 금연시설로 지정해 밖에 나와서 피우는 것까지 제재를 받아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환자라고 흡연까지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라고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관별로 흡연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금연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은 "현재 의료기관·어린이집 등 각종 금연건물의 실내는 금연으로 지정된 상태지만, 그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 법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흡연 환자를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려는 발상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최대한 오른 시점(입원상담 등)에 정부가 운영하는 금연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병원마다 금연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책자를 곳곳에 배치하고, 환자에게 금연 등 건강관리 요령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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