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주택 구입 등 차별도 지적…"포괄적 차별금지법 만들어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엔 특별보고관이 일본 정부에 혐한 시위에서 표출되는 증오 발언 처벌과 일상적 수준에서 이뤄지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적 규제 장치의 마련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데이비드 케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12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일본 거주 한국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를 언급하면서 지난해 5월 일본 의회가 증오 발언(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마련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공공장소의 증오 발언을 처벌하는 조항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 시행 1주년을 맞아 경과를 평가하는 세미나 등이 잇따라 열리고 있는데 처벌, 사전규제 규정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블로그, 뉴스 댓글 등 온라인 공간에서 혐한 발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 보고관은 차별금지법 부재가 문제의 근본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본에서는 주택구매, 취업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입법 규제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2014년, 2016년 각각 인종차별금지위원회, 여성차별금지위원회가 일본 정부에 차별금지법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케이 보고관은 증오표현을 막는 첫 번째 방법은 차별금지법을 마련하는 것이며 이어 정부가 포괄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RC) 정기총회에서 케이 보고관과 일본 제네바 대표부 이하라 주니치 대사 사이에서는 일본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이하라 대사는 방송이 정치적으로 공정성을 위배했을 때 면허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4조는 실제 적용된 적이 없는 조항인데도 케이 보고관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보고서에서 다룬 것은 유감이라며 사실관계를 따졌다.
케이 보고관은 일본 측이 사실관계로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방송 면허를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만으로도 방송사는 위험으로 느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올해 초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된 일본은 위안부, 역사교육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총회 개막일인 6일 전부터 수차례 공개적으로 보고서 초안 내용을 비판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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