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공세 기조 유지…'발목잡기' 비판 여론은 부담
심의 시작해도 '험로'…"추경요건 안맞고, 공무원 증원 동의 못해"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자유한국당이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사청문 정국이 해결되지 않으면 추경안 논의를 할 수 없다며 전방위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안을 거부할 수 있는 뚜렷한 명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청와대가 김이수·김상조·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국회운영이 원만히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사청문 정국과 추경안 처리 등 주요 현안을 사실상 연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13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추경안과 관련해 "심의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의사일정을 짜야겠다"고 밝혔다. '추경 심사는 물론이고 추경 통과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가 추경안 심사 일정에 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존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대여 투쟁방향에 대한 한국당의 고심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한국당은 현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당이 이들 현안을 연계해 추경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일자리 창출이라는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도 역시 상당한 부담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5∼9일(6일 제외) 전국 유권자 2천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2%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78.9%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천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2%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추경안에 반대한다면 무작정 '발목잡기'를 한다는 국민적인 비판을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당의 입장은 대여 압박용이고, 결국에는 심사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 심사 과정에 들어간다고 해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심사 일정을 잡는다고 해서 추경안 내용에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당 이현재, 국민의당 이용호,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조찬회동을 한 뒤 기자들을 만나 "국가재정법이 정한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민 세금으로 미래 세대에게 영구적인 부담을 주는 공무원 증원 추경에 동의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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