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 정리…면세점 특혜 감사발표 남아
블랙리스트 지시 '윗선'·지침거부에 따른 피해자 조사 안해 아쉬움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감사원 신민철 제2사무차장은 13일 최순실 등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감사결과와 관련, "징계 범위와 수위를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상급자 지시를 따르는 공무원 분위기상 징계를 과하게 하면 복지부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위법·불법행위를 했는데 징계를 안 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신 차장은 이날 감사원에서 진행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위법·부당한 지시에 대해 법령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이행한 관련자에게 징계를 요구함으로써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와 문체부 안에서 실무자들이 따르지 않을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나머지 사안들은 청와대가 가볍게 얘기를 하거나 김종 전 문화부 차관이 혼자 지시했는데 담당자들이 법률검토도 안 해보고 일방적으로 이행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복종의 의무를 규정한다. 하지만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상급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히 해치는 지시를 하면 따르지 않게 돼 있다.
감사원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승인문제와 블랙리스트 사건 등 각종 위법·불법행위와 관련해 문체부 19명을 포함해 한국마사회와 한국그랜드코리아레저(GKL), 관광공사, 마사회 공무원 등 총 28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문체부 국장급과 마사회 각 1명은 중징계(정직)를, GKL 이기우 대표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를,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요구했다. 경징계 대상 25명 가운데 6명은 문체부 실·국장급이다.
신 차장은 "장·차관 등 최상위직들이 구속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과장 이하 하급자들에게 과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고 그래도 국장급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해 징계 대상에 넣었다"며 "중징계 요구를 한 S국장의 경우 김종 전 차관이 지시한 사안을 전혀 검토해보지 않고 그대로 수용해 문제가 컸다"고 설명했다.
감사결과 S국장은 김 전 차관 지시에 따라 특정단체에 공익사업적립금·국민체육진흥기금·보조금을 부당지급하고 K스포츠재단이 설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허가를 내줬으며 대한체육회에 스포츠역사 보존사업 교부금을 부당하게 취소했다.
감사원은 "S국장은 20년 이상 공직을 수행했고, 특정인이나 단체에 특혜를 주라는 김종의 지시가 부당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5건의 사안이 병합돼 중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마사회의 테마파크 위니월드 사업을 추진했던 G팀장은 특정업체와 소액 분할해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각종 비위를 저질러 감사원이 정직을 요구했다. 위니월드 사업은 최순실 관련 의혹이 있었지만, 연관성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신 차장은 "국회에서 감사를 요구한 12개 의혹뿐만 아니라 그동안 언론 등에서 제기된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의혹은 다 들여다보고 점검했다"며 "최순실게이트와 관련해서는 이제 면세점 특혜의혹 감사결과 발표만 남았다"고 말했다.
감사원 발표와 관련해 일부 아쉬움도 제기된다. 감사원은 문화체육비서관실이 문체부에 블랙리스트 이행을 지시한 사실까지만 확인하고 그 윗선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더는 조사하지 않았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국가대표로 선발될 실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지시를 거부했다가 좌천된 공무원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문체부 고위간부 3명(최규학 전 기획조정실장 등)의 사표가 수리됐는데 공교롭게도 지침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희로서는 그 이유로 좌천됐다고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감사원은 김종 전 차관이 늘품체조를 보급하라고 했을 때와 최순실 조카 장시호 소유 회사에 공익사업적립금 1억2천만 원을 지원하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거부 의사를 밝힌 담당 공무원들에 대해 책임을 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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