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 각 외교공관에 비자 심사 강화하라 지시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 주 퀘타에서 지난달 24일 국제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납치, 살해된 중국인들이 사업 비자로 입국해 선교 활동을 했다고 파키스탄 정부가 밝혔다.
13일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에 따르면 전날 내무부는 차우드리 니사르 파키스탄 내무장관 주재로 내무차관, 검찰총장, 이민국장 등과 회의를 열고나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내무부는 "퀘타 진나 마을에서 납치, 살해된 20대 중국인 남녀 2명은 다른 중국인 일행과 함께 베이징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비즈니스 비자를 취득해 파키스탄에 들어왔지만 사업관련 활동을 하지 않고, 현지에 사업체를 소유한 한국인으로부터 우르두어(파키스탄어)를 배우면서 선교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들이 3∼5명씩 조를 이뤄 길거리에서 현지인에게 기독교 선전 영상을 보여주거나 기독교 찬양을 부르고, 종교 활동에 현지인을 초대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니사르 장관은 "비즈니스 비자를 오용한 것이 무고한 중국인 2명의 납치와 살인으로 이어진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외국에 있는 파키스탄 공관에 비자 신청자들의 서류를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하고 외교부에 외국인 비자 발급 적절성을 담보할 새 가이드라인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특히 중국인들의 비자 발급 절차를 재검토하고 현재 파키스탄에 있는 중국인의 데이터를 구축해 치안당국이 활용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파키스탄을 방문한 이들도 안전 책임을 함께 지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활동과 이동상황 등을 당국에 제대로 알려달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2015년 570억달러(64조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 건설이 발표된 이후 중국인은 다른 나라 국민보다 비자를 훨씬 빨리 취득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에만 중국인 7만 명에게 입국 비자가 발급됐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파키스탄 네티즌들은 니사르 장관의 발언이 테러 책임을 희생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치안 책임자로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르판'이라는 네티즌은 "내무장관이 납치와 살인에 책임이 있는 자를 체포하는 대신에 비자 오용을 탓하고 있다"면서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돈 인터넷판 기사에 댓글을 남겼다. '자베드'라는 네티즌도 "정부가 제대로 치안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대신에 장관이 나서서 문제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