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안전해요" 제주 토종닭유통특구 손님 없어 '죽을 맛'

입력 2017-06-13 15:34  

"음식 안전해요" 제주 토종닭유통특구 손님 없어 '죽을 맛'

가든형 운영 타격 커…"살아있는 가금류 유통금지 이른 시일 내 해제" 요구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전통 있는 토종닭 음식으로 토종닭 유통특구로 지정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마을은 13일 점심시간인데도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여름이면 교래리만의 독특한 닭요리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너른 음식점 주차장마다 차들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제주에서 AI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손님이 많아 하루에 토종닭이 150마리 이상 소비됐는데, 요즘은 하루 30마리 수준"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나마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도 토종닭 음식점 대신 칼국숫집 등 다른 음식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고온에 익히는 닭요리는 안전에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단지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고 있다.

다른 상인도 "교래리에서는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 AI만 터졌다 하면 닭고기 소비를 꺼리는 탓에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넋두리했다.

12일부터는 가축거래상인의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까지 전면 금지돼 이른바 '가든형'으로 운영되는 이곳 음식점들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곳 음식점은 살아있는 닭을 집 마당이나 텃밭 등에 풀어 사육하면서 주문이 있을 때마다 닭을 곧바로 잡아 요리를 내오고 있다.

음식점의 남은 닭들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살아있는 닭을 사 올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현재 AI에서 안전한 제주시 한림읍 농장의 닭을 인근 도계장에서 도살한 후 반출허가를 받아 닭고기를 사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축 비용도 들어 살아있는 닭을 사 오는 것보다 닭고기를 사 오는 데 투입되는 경비가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이곳 토종닭 음식점 11곳 중 한 곳은 개인 사정까지 겹쳐 잠정적으로 문을 닫기도 했다.

교래리 상인들은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종업원들의 월급도 줄 수 없을 정도로 경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나마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주변의 제주도개발공사 직원들이 교래리에서 닭 음식을 먹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공항의 제동목장에서는 살아있는 닭 유통만 풀리면 목장에서 키우는 재래닭을 교래리 음식점에 공급할 예정이다.

교래리 주민들은 지나친 기우로 인해 손님들이 찾지 않고 있다며 안전한 닭요리는 많이 소비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닭요리 소비 확산을 위해 무료 시식회도 진행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제주에서는 AI 추가 발생이 없고 점차 안전이 확인되고 있으므로 살아있는 가금류의 유통금지 조치를 행정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풀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시 교래리는 1970년대 말부터 토종닭을 집 마당이나 텃밭 등에 풀어 사육하며 음식 재료로 활용, 관광객과 도민들에게 토종닭 마을로 널리 알려졌다. 2009년 10월에는 제주에서 유일한 토종닭 유통특구로 지정됐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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