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량↓·기온↑·오염물질↑…남조류세포 서식에 유리
(보령=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긴 가뭄으로 극심한 용수난을 겪는 충남 보령댐이 또다른 위기를 맞았다.
저수율이 1998년 댐 완공 이후 최저치인 9.5%를 기록하면서 물 공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여름철 담수호의 골칫거리인 녹조가 번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청정 1급수를 유지해 온 보령댐에 2급수인 금강 백제보 물이 도수로(총연장 21㎞)를 통해 대량 공급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수자원공사와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보령댐 녹조 발생 원인으로 알려진 남조류세포수가 2만4천셀(cells/㎖)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2일 9천48셀을 찍더니 일주일 뒤인 29일에 2만4천154셀로 껑충 뛰었다. 지금까지 보령댐이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현재(5일 기준) 3천292셀로 누그러졌지만, 가뭄이 계속되고 기온이 오르면 다시 상승할 것으로 공사는 전망했다.
환경부는 남조류세포가 1천셀(cells/㎖) 이상이면 관심단계로, 1만셀 이상이면 경계단계로, 100만셀 이상은 대발생 단계로 각각 규정한다.
보령댐은 5일 기준 3천여셀로 관심단계에 있지만, 지난달 2회 연속으로 1만셀 에 육박한 점을 고려할 때 경계단계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강 백제보∼보령댐 도수로를 가동하기 전인 지난 3월 보령댐의 남조류세포수는 500셀에 불과했다.
불과 3개월 사이 남조류세포수가 5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그동안 2급수인 금강물 750만t이 보령댐으로 공급돼 수질이 악화됐고 기온도 올라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보령댐 저수량이 1천100만t인 점을 고려할 때 750만t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도수로 취수장은 백제보 하류에 설치됐다. 금강 지류인 갑천과 미호천에서 오염물질이 대량 유입돼 해마다 녹조가 발생하는 곳이다.
도수로 취수장 인근의 금강 수질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 2급수다.
하천의 수질상태를 확인하는 또다른 기준인 총인(TP)량 역시 2급수인 0.08ppm으로 조사됐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보령댐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고 수온이 급증한 상태에 수질이 나쁜 금강물이 대거 유입되자 녹조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녹조가 더이상 번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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