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직권상정…정세균 의장이 밝힌 '국회법과 관행'이란

입력 2017-06-13 18:08  

김이수 직권상정…정세균 의장이 밝힌 '국회법과 관행'이란

김상조 임명에 '인사정국' 급랭…강경화 임명 여부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여야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적격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 표결을 필요로 하는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법과 관행'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청와대가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13일 전격 임명하면서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비토' 또한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정 의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직권상정 여부에 대해 "국회법과 과거에 확립된 관행에 따라서 처리하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이라며 "과거 유사한 사례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국회는 국회법과 관행에 따라 운영한다는 걸 잘 참고하면 앞으로 일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말한 '국회법'은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차와 임명동의안의 직권상정 근거를 담은 인사청문회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 9조 2항과 3항을 보면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 청문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위원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정해진 기간 안에 임명동의안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은 이를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김 후보자의 경우 지난 7∼8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여야간 입장차로 끝내 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지 못했다.

법에 정한 규정에 따르면 정 의장이 직권으로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이다.

하지만 정 의장이 '확립된 관행'이라는 요건을 덧붙인 것은 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국회의 관행상 의장의 직권상정이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2000년 이래 공직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직권상정된 사례는 2015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가 유일하다.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도 팽팽히 맞선 여야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하다, 결국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꼬박 100일 만에 '직권상정' 카드를 빼 들었다.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두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직권상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가까스로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서 표결처리 됐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정 의장은 앞으로 더욱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여야의 대치 전선이 팽팽해지면서 의장의 중재도 한층 어려워졌고, 향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임명절차를 밟는다면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장 임명동의안 통과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 측은 김 공정위원장의 임명에 대해 "협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이 "원내 1, 2당의 오만과 아집이 충돌하며 임명강행을 초래했다"며 양비론적 태도를 취한 것은 조율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자 그대로 법과 확립된 관행에 따른다는 그 의미로만 이해해달라"면서 말을 아꼈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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