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영화 '박열'의 이준익 감독은 "실존인물에 대한 고증을 최대한 거쳐서 등장인물의 진심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화려한 볼거리나 과도한 제작비는 등장인물의 진심을 전달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13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준익 감독의 열두 번째 영화인 '박열'은 간토(관동)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일본은 무고한 조선인들이 학살당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 아나키스트였던 박열을 일본 황태자 암살을 모의한 인물로 지목하고 대역죄인으로 단죄하기 위해 일본 법정에 세웠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가 근대사의 실존인물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철저한 고증을 위해 아사히 신문과 산케이 신문에 당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재판을 다룬 기사 자료를 모두 요청해 검토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근현대사의 실존인물 영화화 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위험한 일이다. 지나치게 미화해도 안되고 폄하해도 안된다"며 "박열이 재판정에서 하는 대사를 비롯해 영화 속 대부분의 이야기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박열 뿐 아니라 그의 연인이었던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도 비중 있는 인물로 다뤄진다.
이 감독은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은 박열과의 관계에서 근대성을 보여주는 여성"이라며 "90년 전 동양에도 여성의 근대성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인물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지만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배치해 어둡고 우울하기보다는 경쾌한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 감독은 "박열은 일본의 제국주의는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호기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호기를 목숨 걸고 실천한 인물"이라며 "이런 호기를 지닌 박열이 오히려 재판을 주도하는 모습 속에 조선인 특유의 해학과 익살을 표현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영화는 반일영화가 아니다. 영화 속에는 양심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내각 대신들도 나오고 박열을 변호했던 일본인 변호사도 등장한다"며 "어느 시대나 부당한 권력에 맞서 진실을 추구하는 젊은이의 뜨거운 함성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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