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법 정비 등 주요과제 일방통행 우려…사회단체 '거리투쟁' 잦아질 수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도신당이 총선 완승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노동 유연화와 대테러법안 정비 등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거리에서 한바탕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노동개혁을 대규모 시위가 어려운 여름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하자 주요 노조와 사회단체들은 총선 바로 다음 날 대규모 시위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연대체인 사회주의 전선(FS)은 총선 결선투표 하루 뒤인 오는 19일 대규모 집회를 파리 시내에서 개최한다.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는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총선 압승이 현실화하자 즉각 노동개혁에 저항하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했다.
마크롱 정부는 이달 28일까지 노동개혁을 정부의 법률명령(Ordonnance) 형태로 추진할 근거를 마련한 뒤 휴가철인 8월 말까지 노조를 상대로 설득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의회 논의를 거쳐 늦어도 9월 21일까지는 개정 노동법을 공포하기로 했다.
정부안에는 임금과 노동시간등 근로조건 협상 시 산별노조의 권한의 상당부분을 개별 기업에 돌려주는 방안, 근로조건에 대한 사원투표 부의 권한을 사용자에게도 주는 방안, 부당해고 근로자에 대한 퇴직수당 상한선 설정, 노동분쟁 처리기간 단축 등이 담겼다. 노조에 쏠린 권한을 기업에 돌려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경제에 활력을 넣는것이 정부의 목표다.
새 정부가 일반 법률이 아닌 법률명령으로 추진하는 것은 의회 심의·토론 기간을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도다. 주요 노조들은 마크롱 정부의 이런 계획에 대해 사회적 토론과 의회 논의과정을 건너뛰어 강행 처리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해왔다.
공화당과 사회당이 참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원내에서 거대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막겠다고 자임한 소수파 정치인들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4위를 한 장뤼크 멜랑숑은 11일(현지시간) 총선 1차투표 종료 직후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의회에서 그들을 아주 곤란하게 만들어주겠다"며 정부·여당에 '선전포고'를 했다.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이번 총선에서 10∼2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멜랑숑 본인도 원내 진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프랑스 앵수미즈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 사회당을 대신해 좌파의 대표세력이 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반면에 제2당이 예상되는 공화당과 의석수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는 사회당은 마크롱의 노동개혁에 반대할 명분이 거의 없다. 우파인 공화당은 친(親)기업과 규제 완화가 오랜 당론이고, 사회당은 전 정부 집권당 시절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개혁 외에 마크롱의 국내정책 중 반대 여론이 강한 또 하나의 '화약고'는 대테러법안 정비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Etat d'urgence)에서 테러 위협인물에 대해 경찰이 법원의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나 가택연금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평시에도 가능케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르몽드가 초안을 입수해 보도하자 프랑스 정부는 "현재 논의 중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부가 테러 위협을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국가비상사태법 조항 중 공권력 행사에 방해될 만한 인물에 대해 특정 지역에 체류하지 못하도록 처분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프랑스 경찰은 2015년 11월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이 조항을 주로 시민들의 집회참가를 원천봉쇄하는 데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었다.
정부는 총선 이후 각종 개혁 추진에 나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정부 대변인은 총선 1차투표 직후 TV에 출연해 "다수당이 되어서 편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개혁에 나서는 다수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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