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에 적극 제안…"잘 맞혀 잡는 투수"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이형범이 나오면 '손민한 나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NC 다이노스 마운드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우완 이형범(23)은 최일언 투수 코치의 안목으로 빛을 본 투수다.
김경문 NC 감독은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형범은 최일언 코치가 추천해서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이형범은 지난 11일 마산 kt wiz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데뷔 첫 승리를 따냈다.
토종 선발진이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데다 에이스 역할을 했던 제프 맨쉽이 부상으로 공백을 남긴 상태에서 NC에 큰 힘이 되는 승리였다.
이형범에게도 '기사회생'의 기회였다.
이형범은 지난 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생애 첫 선발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3이닝 2실점(1자책)으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하마터면 그 기록으로만 선발투수 가능성을 평가받을 뻔했다.
이때 최 코치는 김 감독에게 "이형범을 좀 더 썼으면 좋겠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김 감독이 롯데전 결과를 놓고 이형범 활용에 대해 고민하던 때였다.
최 코치는 김 감독에게 '이형범이 자신의 자질을 잘 표출하면 손민한 같은 투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
숱한 투수들을 성공적으로 조련하며 '일언매직'이라 불리기도 하는 최 코치의 안목을 김 감독은 믿었다.
김 감독은 "최 코치의 경력을 믿고 흔쾌히 허락해 기회를 줬는데, 잘 던지더라. 오자마자(2012년 특별지명)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군대(경찰)에 다녀온 친구로 알고 있다. 팀이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으니 좋은 현상"이라며 흡족해했다.
최 코치는 이형범을 시즌 준비 기간인 스프링캠프 때부터 눈여겨봤다.
최 코치는 "이형범이 올해 캠프 때부터 바뀌어서 왔더라. 투구 내용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형범에게 주목한 또 한가지 이유가 있었다.
최 코치는 "이형범은 (맞혀 잡는 스타일이) 나의 현역 때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 코치가 이형범 조련법을 잘 알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최 코치는 이형범에게 "너의 피칭만 해라. 후회하는 피칭을 하지 마라. 결과는 신경 쓰지 마라. 너의 피칭을 하는 모습만 보여줘라"라고 주문했다.
이형범이 롯데전에서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 때는 "결과를 먼저 생각하니 도망가는 투구를 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하며 다시 한 번 '너의 피칭'을 하라고 격려했다.
이형범은 kt전에서 자신의 피칭을 했다.
투심패스트볼을 무기로 타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던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맞혀 잡는' 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143)이 우타자 피안타율(0.210)보다 낮다는 수치에서도 투심의 효과와 공격적 성향이 드러난다.
이런 모습에서 야구 팬 사이에서도 이형범에게서 '손민한의 향기'를 느꼈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연한 일이 아니다.
최 코치에게 '이형범 이전에 본인의 현역 시절과 비슷하다고 느낀 선수가 또 있었는지' 질문하자 단번에 "손민한"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 코치는 "맞혀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맞혀 잡으려면 과감해야 한다. 결과를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이형범이 완성 단계에 오른 것은 아니다.
"볼 배합을 보면 투수가 승부를 피하는지, 자기의 피칭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최 코치는 "이형범은 제구력이 더 좋아져야 한다. 그래야 (타자를) 갖고 놀지"라며 더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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