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폐쇄] 40년 동고동락 이창호 길천마을 이장

입력 2017-06-15 07:00   수정 2017-06-15 07:15

[고리1호기 폐쇄] 40년 동고동락 이창호 길천마을 이장

주민 "노후원전 정지 환영·아쉬움…안전이 최우선"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김재홍 기자 = "고리원전 1호기 공사 때문에 우리 집 철거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바로 앞 길천마을의 이창호(53) 이장은 고리1호기가 들어섰던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이장이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1학년이던 1969년의 어느 날 낯선 이들이 왔다 가더니 며칠 뒤에 굴착기와 불도저가 몰려왔다.






이 이장은 "엄청나게 시끄러운 기계 소리가 윙∼ 나더니 초가집이던 우리 집이 한순간에 부서졌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 이장 가족은 대대로 살던 고리마을을 떠나 그 바로 옆 동네인 길천마을로 사실상 강제로 이주당했다.






정든 고향 집 위에는 1977년에 고리1호기 원자로가 들어섰다. 고리1호기는 이듬해에 가동을 시작했고 고향 집에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천혜의 절경을 자랑으로 여기며 어업에 종사하던 1천200여명의 고리마을 주민 대부분은 길천마을에 터를 잡았다.

주민들은 그렇게 40년 세월을 고리1호기와 동고동락하며 살았다.

고리1호기에서 종종 이런저런 고장 등의 소식이 들려왔지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데 잘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며 넘겼다.






이 이장은 영구정지일(18일)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무겁다.

발전소 가동이 정지되고 해체에 접어들면 생활의 터전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이 이장의 설명이다.

이미 주민 일부는 제2의 고향이라고 여긴 길천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오고 있다. 영구정지와 상관없이 길천마을이 원전시설 코앞에 위치해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길천마을 주민들은 고리원전 앞 주요 도로 등에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를 반기거나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이장은 "영구정지 이후 해체 과정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의 우려나 피해가 없도록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리1호기 주민들은 영구정지 자체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 속에서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박태현 장안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수명을 다한 고리1호기를 정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다만 고준위 폐기물을 영구 처리하는 시설도 없이 정지시키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만 장안읍 월내마을 이장은 "고리1호기는 40년 동안 국가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라며 "이제 없어진다고 하니 아쉬움도 생기고,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장안읍에 사는 한 주민은 "원전 폐로에 지역주민을 반드시 참여시키고 필요하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고리1호기 영구정지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안전문화를 만드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cho@yna.co.kr,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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