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억울한 옥살이…형사보상금 11억4천만원 중 10% 기부 약속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은 불공정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의로웠다."
누명을 쓰고 모진 세월을 견뎠던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당사자들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한 줄 평이다.
지연된 정의는 굽이굽이 17년을 돌아 제자리를 찾았다.
이들이 최근 3∼6년간 억울한 옥살이의 대가로 받을 형사보상금 11억4천여만원 중 10%를 기부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피해자 유족과 다른 형사사건 재심 청구인들을 위해 1억원이 넘는 돈을 선뜻 기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건 당시 이들은 지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였다. 지금도 경제적 형편이 넉넉지 않은 편이다.
약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과 검찰은 강압수사를 했다. 수사 과정 중 구타 등 인간의 존엄성은 짓밟혔다.
수사받을 기회는 불평등했다.
재판 과정에서 국선변호인은 자백을 권유했다.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 채 형식적인 변론이 이어졌다. 진범 추정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그대로 묻혔다.
특히 임명선(38)씨는 복역 중 아버지를 잃었다. 그 억울함과 비통함은 감히 가늠되지 않는다. 재심 직후 아버지 장례식장을 지키지 못한 게 사무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렇듯 과정은 불공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지난해 10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9일에는 11억원대의 형사보상금 결정이 나왔다.
기회와 과정은 불평등·불공정했지만, 그 결과는 정의로웠다.
재심 절차가 없었더라면 이들은 평생 범죄자란 낙인을 안고 살 뻔했다.
사법적 판단이 정의롭게 내려진 것은 다행이지만 이로써 모든 것이 회복됐다고는 할 수 없다.
억울하게 잃어버린 청춘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11억원으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보편적 잣대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법했지만 '삼례 3인조'는 지난해 죄를 고백한 진범을 용서했고 기부의 가치를 세상에 선물했다.
분노의 울타리를 넘어선 이들이 던진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였다.
숭고한 연대 정신을 몸소 보여준 이들의 기부가 마중물이 되어 우리 사회를 보듬는 아름다운 기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의식이 꽃피우길 기대해본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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