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가 인도양에서 시험조업을 시작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원조자금으로 미국에서 들여온 지남호는 1957년 6월 29일 부산항 1부두에서 많은 인파의 환송을 받으며 참치를 잡으러 출항했다.
대만 동쪽 해상을 거쳐 필리핀과 싱가포르 근해에서 그물을 던졌으나 허탕을 치다가 기름이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인도양 니코발아일랜드 해역에서 광복절 오전 5시 마침내 0.5t의 참치를 잡는 데 성공했다.
배 한 척으로 시작한 우리 원양어업은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 정책에 힘입어 1970~90년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한해 최대 100만t을 잡아 우리나라 어업생산량의 26%를 차지하며 주요 식량 공급원이자 외화 가득원으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 초 원양 수산물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5%를 차지했다.
현재 주요 수출품목인 휴대전화(6%), 철강제품(5.8%), 석유제품(5.3%), 자동차부품(5%)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1976년 원양어업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2억6천만 달러로 당시 13만 가구의 소득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원양어업의 외화가득액은 1966~1991년 명목 국민총소득(GNI)의 0.1% 이상을 차지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송금액보다 경제적 기여도가 훨씬 컸다.
14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선원 수는 1976년 2만2천890여명에 달해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효자 노릇을 했다.
60주년을 맞은 현재 한국의 원양어업은 활력을 잃고 존립기반 마저 위협받고 있다.
해외어장 축소와 수산자원의 감소로 말미암아 원양어업 생산량은 1992년 100만t에서 2016년 45만t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어업생산량에서 원양어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32%에서 14%로 떨어졌다.
유엔 해양법 발효로 각국이 200해리까지 배타적경제수역을 선포했고 우리 원양어선들이 조업할 수 있는 해외어장이 급격하게 축소된 때문이다.
경영난을 겪던 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라 2002년 131개이던 원양업체가 2015년에는 67개로 줄었다.
선원 이직률 증가와 재승선 기피 현상이 심해져 내국인 선원 수는 점차 감소하고 그 자리를 외국인 선원이 대신하고 있다.
선원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 전체 원양어선의 선원 가운데 50세 이상이 58.8%에 달했다. 2007년의 29.6%와 비교하면 배나 높아졌다.
선원의 고령화는 재해와 안전사고 위험 증가, 산업의 활력 감소, 기술과 노하우의 단절 등으로 이어진다.
어선의 노후화로 조업 안전성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호황기였던 1988년에는 건조한 지 21년이 넘은 노후 어선은 2척으로 전체의 1%에 불과했으나 2015년 말에는 전체 어선의 88.2%에 달했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어선 건조비용 지원, 세금 감면, 디젤유 사용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원양어업을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수립한 수산기본계획을 통해 원양어선의 고성능화와 해기사의 적극 양성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존립 기반 자체를 위협받는 우리 원양어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양어업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어선 현대화 사업을 활성화해 새로운 어선을 건조하는 게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1989년 계획조선사업 전면 중단 이후 신조가 이뤄지지 않아 원양어선의 노후화가 심해지고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저임금과 맞물려 선원들의 이직률이 늘어나고 재승선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15년 약 234억원이 편성됐던 원양어선 현대화사업 예산은 집행실적 저조로 올해는 27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이는 침체에 빠진 원양업계가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신용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데다 연 3%의 금리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지원대상을 중견업체와 영세업체로 세분화하고 영세업체에 대해선 금리와 담보조건을 낮추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제개발협력을 통한 연안 자원국 지원을 강화해 해외 수산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중소 원양업체의 규모 확대를 위해 원양어선 풀(Pool)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어선 풀제는 같은 해역에서 동일 어종을 잡는 원양업체들이 대표 선주에게 생산을 일임하고 운영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중복 비용을 줄이고 연안국과 가격협상력을 높이는 등 장점이 있다.
어선 풀제 운영을 위해선 업체들의 영업 노하우 노출 등 난제가 있지만 원양어업 제2의 도약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덧붙였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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