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학회·자본연 세미나…"정책펀드, 민간자본 꺼리는 기업에 집중해야"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벤처투자를 할 때 정부 단독 투자나 민간 단독 투자보다는 민관이 공동투자한 경우에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투자회수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 실장은 14일 오후 여의도에서 한국증권학회·자본시장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벤처금융과 모험자본의 활성화' 주제의 세미나에서 "정부의 벤처 투자가 민간 벤처투자를 유인하며 투자회수 성과는 민관 공동투자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2004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은 3천205개 기업이 투자받은 금액과 회수 여부 등을 분석한 결과를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초 투자 이후 IPO나 M&A가 실시되는 등 투자회사가 이뤄진 비율은 민관 공동투자의 경우 23.6%, 민간 단독투자 16.7%, 정부 단독투자 9.5% 등이었다.
김 실장은 "민관 공동투자의 성과가 가장 효과적인 만큼 정부 벤처캐피탈의 직접 투자 방식보다는 민간 벤처캐피탈을 활용해 투자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관 공동투자의 투자규모 증대 효과 계수는 1.573으로 정부 단독투자(0.708)의 두 배가 넘었다.
김 실장은 또 "정부의 벤처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투자를 받았을 뿐 아니라 평균적인 투자금액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고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돼 민간 벤처투자의 총투자 규모를 늘리는 효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성장사다리펀드, 미래창조펀드, 산업은행펀드 등 소위 '마중물펀드'가 민간 벤처자금 유인이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주제 발표자인 송치승 원광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은 창업투자전문회사(창투사)와 신기술금융으로 이원화된 전통적인 벤처캐피탈로 기업벤처캐피탈 활동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정책펀드가 우리나라 벤처캐피탈 시장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공적펀드로서 민간투자자와 위험 선호가 상충해 민간자본의 시장참여를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가 있다"면서 "회수시장의 심각한 부진을 고려할 때 회수시장으로의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정책펀드의 역할은 아직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펀드는 민간자본이 회피하는 초기기업과 창업기업 출자에 집중해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특히 사회성과연계형투자의 하나로 지방소재 벤처기업, 여성벤처기업 창업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이 벤처 생태계를 주도하고 정부 정책이 시장을 뒷받침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며 정부 주도는 시장실패 영역이나 산업정책적 필요에 비해 시장 수요가 적은 분야를 대상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세미나 축사에 나선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경제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단기적인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는 줄었지만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는 여전히 위기"라며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이끈 전통산업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첨단 산업을 발굴해 신성장산업을 키우거나 새로운 기술을 전통산업에 융합시켜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 이외에는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방법이 없다"고 신성장 기업 투자의 중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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