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을 보존·전수하는 인천 은율탈춤보존회가 전수관 재개관을 계기로 전통문화 계승과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보존회는 최근 신축한 전수관을 다양한 문화행사 마당으로 활용해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인천 수봉공원 내 옛 전수관 건물은 비좁고 낡아 공연·전시 활동을 하는 데 불편했지만, 리모델링과 부분 신축을 거친 전수관이 이달 11일 문을 열면서 가장 큰 숙원이던 공간 확보가 해결됐다.
인천시가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국비 등 19억여 원을 들여 재단장한 전수관은 연면적 736㎡의 건물에 전시실과 연습실, 의상실까지 갖추고 있다.
야외 공연장인 수봉민속놀이공원에도 무대와 비막이 천막 등을 설치해 관람객 편의에도 신경을 썼다.
은율탈춤보존회 차부회 이사장은 14일 "과거에는 학생들이나 탈춤 관람객들이 전수관을 찾아와도 교육할 공간과 보여줄 자료가 부족했는데, 이제는 새 전시실에서 효율적으로 탈춤을 소개하고 교육할 수 있게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차 이사장은 올해 전수관 활용 사업의 기조는 "전승 공간, 열린 공간, 창의적 예술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문화행사는 물론, 은율탈춤 전수와 체험을 통한 차별화된 공간, 전통 예술과 창의적 문화가 공존하는 다용도 공간으로 꾸며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공사를 진행한 지난 1년간 출연자들은 전수관이 없어 여러 연습실을 전전하며 활동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는 전승자 교육과 토요 체험 행사, 학생 전수 과정, 상설 공연, 강습회 등 빼곡하게 짜인 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할 수 있다.
북한 황해도 지방에서 유래한 은율탈춤이 인천을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데는 차 이사장을 비롯한 보존회 회원들의 공이 컸다.
1978년 고교 졸업 후 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보유자였던 어머니(2008년 작고) 양소운 선생을 따라 다니다가 은율탈춤에 입문한 차 이사장은 힘든 전수자, 이수자 과정을 모두 거쳐 2003년에는 어머니에 이어 2대째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차 이사장은 보존회 살림 꾸리기와 대외 활동으로 분주한 지금도 인천 시내 10여 개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 은율탈춤 전수교육을 한다. 탈춤 인구를 확대하기 위한 수시 공연과 연 1∼2회 해외 공연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차 이사장을 포함한 2명의 인간문화재와 전수교육 조교, 22명의 이수자, 6명의 전수자가 은율탈춤보존회를 끌어가고 있다. 차 이사장의 아들과 딸, 조카딸 2명도 이수자에 포함돼 있어 3대째 인간문화재 탄생도 기대해볼 만하다.
은율탈춤은 황해도 은율에서 큰 명절에 행하던 가면 무용극으로 사자춤, 상좌춤, 팔목중춤, 양반춤, 노승춤, 미야할미영감춤 등으로 구성되며 황해도 지방의 향토색 짙은 음악과 활달한 춤 동작이 특징이다.
양반에 대한 조롱과 파계승에 대한 풍자 등 권력층을 겨냥한 해학과 풍자가 신랄하며, 서민 생활상을 주로 다룬다.
한국전쟁 후 인천을 중심으로 전승되다가 1978년 국가무형문화재 제61호로 지정됐으며, 1982년에는 인천이 전승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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