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번 눈으로 만남이 모두 취소됐다/ 이번 눈으로 비행기가 모두 연착됐다/ 그런데 그렇게도 새하얀데/ 이번 눈으로/ 전쟁이 연기되는 일은 없었다" (하미드레자 셰카르사리 '눈' 부분)
색다르고 이국적인 이란 현대 시들을 모은 책이 나왔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외국문학 전문 출판 임프린트(하위브랜드) '마음이음'이 펴낸 '미친 듯 푸른 하늘을 보았다'는 이란 사회와 그곳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시 93편을 묶은 선집이다. '우리가 몰랐던 이란 시선'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파르빈 에테사미, 메디 하미디 시라지, 하미드 사브자리. 생소한 이름의 이란 시인 84명은 1895년생부터 1982년생까지다. 현대 이란을 살며 자연과 사회, 사랑과 전쟁을 노래한다.
"종교란 디나르와 디르함 몇 푼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오/ 그럼 옷이라도 벗어주시든가/ 누더기라서 실오라기 몇 가닥밖에 안 남았는데/ 머리에서 터번 떨어진 것도 모르는 양반이/ 머릿속만 똑바르면 됐지 터번 좀 안 쓴 게 대순가" (파르빈 에테사미 '주정뱅이와 율법집행관' 부분)
15개 언어를 구사하는 신견식씨가 페르시아어 원문과 영어 번역본 등을 대조해가며 번역했다. 신씨는 "페르시아어 안에서도 터키어 및 아랍어를 비롯해 수많은 언어가 교차한 흔적도 보이므로 내게 이란 시 번역은 서아시아 여행과도 같았다"고 했다.
이란 시선집은 한국문학번역원이 외국 문학 관련 기관이나 출판사와 문학작품을 상호 출간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이란에서는 한국 현대 시인들의 작품을 모은 '도화 아래 잠들다'가 함께 나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 문학작품을 번역해 '우리가 몰랐던' 시리즈를 계속 낼 계획이다.
17일 낮 12시30분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인 코엑스 이벤트홀2에서 시선집에 참여한 시인과 번역가들이 독자와 만나는 행사가 열린다. 시인 장석남과 알리레자 가즈베, 번역가 모센 라흐제디가 시선집을 소개하고 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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