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0만원에도 일손 없다…양파·마늘 농가 발동동

입력 2017-06-15 06:30   수정 2017-06-15 10:15

일당 10만원에도 일손 없다…양파·마늘 농가 발동동

품앗이에 도시인력·외국인 계절근로자 동원




(안동·의성=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안동시 일직면 구천리 권기연(53)씨는 양파 수확을 미뤘다.

지난 13일 남안동농협이 양파 수매를 시작했으나 그는 오는 20일께 수확에 나선다. 필요한 일손을 구하지 못해서이다.

권씨는 지난해까지 양파 수확 때 안동 시내에서 구한 인력을 활용했다. 안동 시내에서 60∼80대 여성들을 승합차에 태워 밭으로 와 수확을 했다. 일당은 7만원 가량 줬다.

그러나 올해는 인건비를 알아보니 같은 연령대 여성을 활용하더라도 식비를 포함해 하루 1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5천940㎡에서 양파를 캐는데 450만원(하루 15명씩 3일간)이 든다.

인건비는 제쳐놓더라도 여성들이 땡볕 아래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같은 처지에 놓인 이웃과 함께 인력난을 헤쳐나가기로 했다.

많은 돈을 줘야 하는 외지 인력 고용을 최대한 줄이고 양파 농사를 짓는 이웃끼리 시중 인건비보다 다소 적은 금액인 하루 7만원 정도만 받고 돌아가며 일을 해주기로 했다. 품앗이인 셈이다.

농민들이 모여 개인 일정 등을 고려해 수확 일정을 정했다. 그래서 권씨는 양파 수확이 다소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양파 가격이 어떨지도 모르는데 비싼 인건비를 주고 인력을 구할 엄두가 나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수확 방법을 바꿨다"고 했다. 그나마 인력을 확보해 다행이다.

그러나 안동 일부 양파 농가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가까운 봉화, 영주 등에서 일손을 구하려고 바쁘게 움직인다. 의성군 마늘 농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마다 양파나 마늘 수확 때면 영주, 봉화 등에서 사과 적과(열매 솎아내기)나 봉지 싸기를 마친 일손을 활용하는 농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 인력은 얼마 전 영주, 봉화 등에 쏟아진 우박 피해 복구에 나서고 있다. 일손 부족이 더 심해진 것이다.

김천시 지례면과 대덕면, 부항면, 증산면에서도 양파 수확을 시작했으나 땡볕에 쪼그리고 앉아 일 할 사람을 찾지 못해 농민이 애를 태운다.






해마다 되풀이하는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공무원을 보내 농가를 돕고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해 시행한다.

경북 영양군은 올해 베트남 자매도시인 호아방과 협력해 외국인 계절근로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4월 22일 입국한 베트남 근로자 29명은 일손이 모자란 영양 11개 농가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20일까지 체류하며 고추 파종, 채소 수확, 과일 적과 등을 한다.

영양군은 농민 반응이 좋아 가을에도 이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의성군은 지난해부터 농촌인력중개를 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효율적인 중개를 위해 농업인회관에 농촌인력중개센터도 설치했다.

인력중개센터는 농번기에 일손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는 농가와 도시 유휴인력을 연결해 준다.

마늘, 사과 등 수작업이 많은 농가, 노인 농가, 여성농업인 등에 우선으로 인력을 지원한다.

장기간 머물며 일을 할 뜻이 있는 사람에게 농촌체험휴양마을 등을 숙소로 제공한다.

이 때문에 작업에 따라 인건비 차이는 있으나 중개센터를 거치면 통상인건비보다 1만원 가량 싸게 일손을 구할 수 있다.

인력중개사업 첫해인 지난해 3천200명가량 도시인력을 농가와 연결했다. 올해는 6천명 이상, 내년에는 1만명 이상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의성군 사곡면 오상리 송장우(47)씨는 지난 13일 인력중개센터에서 일손 8명을 구해 1만3천200㎡ 밭에서 마늘을 캤다.

대부분 농사일을 처음 하는 사람이어서 작업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수확을 미룰 수 없어서 이들을 활용했다.

송씨는 "대부분 농촌이 외지에서 인력을 구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도시인력도 자주 농사일을 하면 숙련되는 만큼 인력중개가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성군 관계자는 "농촌인력 중개는 효과적으로 인력을 수급하고 인건비 인상을 억제할 수 있어 농민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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