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 뇌관 될 수도…세계경기 회복에도 걸림돌 가능성
이미 예고된 데다 인상 속도도 완만…"별 영향 없을 수도"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미약하게 살아나는 국내 소비심리가 다시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신흥국 경기 위축으로 회복세인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예측됐던 터라 별다른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첫발을 뗀 김동연 경제팀도 첫 시험대에 올랐다.
◇ 수출·투자 호조…1분기 1%대 성장률로 기지개 켜는 한국 경제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 경제는 최근 점차 활력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증가율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수출은 작년 말 반등에 성공해 증가 폭을 늘리고 있다.
작년 3분기(7∼9월) 수출액은 1천218억5천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0% 감소했지만, 4분기(10∼12월)에 1천323억6천만달러로 1.8% 증가해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는 1천321억2천만달러를 기록해 두 자릿수인 14.7% 증가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5월 수출(잠정)은 1년 전보다 13.4% 증가한 450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7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다.
이러한 수출 증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력품목의 호조 덕이다.
수출이 증가하자 투자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전기대비 4.4% 증가(전년동기대비 14.4%) 증가했다. 건설투자도 전기대비 6.8%(전년동기대비 11.3%) 증가했다.
이런 호조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4분기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6분기 만에 1%의 벽을 넘어섰다.
한국 경제가 점차 활력을 찾아가자 차갑게 얼어붙었던 소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0으로 전월보다 6.8 포인트 상승했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4%로 전기대비 0.4%,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다.
지표가 호전되면서 일각에서는 올해 3%대 성장도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왔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2015·2016년 2.8%로 떨어져 2년 연속 2%대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가 지속되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 정부의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까지 더해지면 가능한 수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 가계부채로 내수 축소·글로벌 경기 악화로 수출 악영향 우려
하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런 기대감에 반하는 소식이다.
연준은 올해 3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연 1.0∼1.25%가 됐다.
한국은행이 1년째 유지하고 있는 연 1.25%와 같은 수준이 됐다.
이에 따라 우리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창립 제67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더 뚜렷하게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가 계속됐던 상황에서 이 총재가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즉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연준이 단계적인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인상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에 불을 댕길 우려가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한국 가계신용 잔액은 1천359조7천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다.
GDP 대비 비율도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로 1년 전보다 4.7%포인트 상승했다. BIS가 자료를 집계하는 세계 43개국 중 3위다.
빚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금리까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이 무너질 우려도 커진다.
수출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불러 원/달러 환율이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부분은 수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다면 자금 유출이 가속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기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빚이 늘어난 신흥국 기업은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신흥국 장기채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 실물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해 한국과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투자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인상부터 한국과 금리가 같아졌기에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은 미국 경기 활성화 신호라 수출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최근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추세고 통상 압력이 높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별다른 충격 없을 수도…정부 대응 주목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예정된 수순인 만큼, 별다른 충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형주 LG[003550]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준 금리 인상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예상됐던 사안이라 원/달러 환율이나 한국 시장금리 등 시장에 반영돼 있다"며 "신흥 시장 자금 유출 등의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예측하는 상황이라 그 자체가 주는 영향은 적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급격히 금리를 인상할 우려도 조금 덜어진 상황이라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금리인상은 김동연 부총리가 한국 경제 컨트롤타워로 취임하고서 처음 맞는 대외 충격파로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일단 이날 52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기재부 고형권 1차관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이 참석한다.
성태윤 교수는 "추경을 통해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고 있고 가계부채 이슈가 나오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당장 금리를 통한 대응보다는 향후 금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폭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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