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북아일랜드 평화에 악영향"·캐머런 "다른 정당 의견 경청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영국 보수당 출신 전직 총리들이 총선참패를 당한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민주연합당(DUP)과의 제휴를 철회하고,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수정하라고 뼈있는 조언을 건넸다.
이들은 총선 패배로 입지가 좁아진 메이 총리가 북아일랜드 정세와 다른 정당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소수정부 구성과 하드 브렉시트를 밀어붙인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닥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지난 1990∼1997년 총리로 재임했던 존 메이저는 14일(현지시간) BBC 라디오에 출연해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DUP와의 소수정부 구성이 북아일랜드 평화절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런 시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보수당과 DUP와의 소수정부 구성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아일랜드 상황에 정통한 전 총리가 뼈있는 충고를 던진 것이다.
메이저 전 총리는 아일랜드공화군(IRA)과 접촉하며 4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유혈사태를 종식시킨 북아일랜드평화협정을 이끌어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북아일랜드 평화절차를 포함해 많은 이유로 이번 협상이 조심스럽고, 의심스럽다며 "북아일랜드의 상황은 예상한 것처럼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영국은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특히 DUP와의 소수정부 구성이 북아일랜드 평화절차에서 자칫 영국 정부가 특정 정파의 편을 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평화절차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여러 정파의) 경쟁적인 이익 사이에서 공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만약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중 하나와 소수정부 구성 협상에 들어간다면 공정하게 보이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평화절차에서 영국만의 가장 정직한 중재자가 될 수 있다며 메이 총리가 DUP라는 짐을 버리고, 보수당 단독으로 정권을 이끌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과 관련, 이동의 자유와 EU 단일시장 이슈에서 더 나은 협상을 해야 한다며 '하드 브렉시트는 유권자들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메이의 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도 이날 폴란드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브렉시트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동당 등 다른 정당들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어떻게 브렉시트에 도달해야 하는지 다른 정당들과 더 폭넓게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정당들이 브렉시트 이슈에 관해 발언한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보다 완화된 브렉시트에 대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즉, 하드 브렉시트만을 고집하는 메이 총리가 다른 정당들이 내세우는 소프트 브렉시트 주장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캐머런 전 총리는 브렉시트 요구를 꺾기 위해 지난해 6월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예상밖으로 브렉시트 추진이 결정되자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