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에서의 지난 12일 부패 반대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청소년 13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현지 경찰 추산으로 5천명이 참가한 당일 시위에서 청소년을 포함해 750명이 경찰 당국에 붙잡혔다고 정치적 체포를 감시하는 민간단체 OVD-인포가 전했다.
모스크바시의 블라디미르 체르니코프 지역안보국장은 13일 "시위현장에서 136명의 청소년이 체포됐다"면서 관할 경찰서로 옮겨져 조사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체르니코프 국장은 "청소년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아를 실현하고 자신이 특별함을 증명하려는 의욕 때문에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야권 세력이 청소년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경일인 12일 '러시아의 날' 주요 도시 수십 곳에서 벌어진 시위에 20대 대학생 이외에 18세 이하 중고교생이 대거 참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말 벌어진 반부패 시위 때도 청소년들이 대규모로 거리로 몰려나와 당국을 긴장시킨 바 있다.
정치 활동에 적극적인 이 청소년들은 2000년 이후 장기 집권을 이어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통치기에 태어난 이른바 '푸틴 세대'로, 옛 소련 붕괴 후 1990년대의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을 경험하지 못한 신세대로 통한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통제하는 텔레비전과 신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통제가 약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정보를 얻어 보다 자유로운 정치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반정부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러시아 당국은 반정부 시위에 중고교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현상에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학생의 시위 참여 의지를 꺾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의회에선 허가받지 않은 집회·시위에 청소년의 참가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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