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반주의 왕' 헬무트 도이치와 2년 만에 내한 무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헬무트 도이치 선생님의 피아노 솔로 부분이 너무도 아름답거든요. 제 노래도 그 피아노 선율처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쇼팽·차이콥스키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황수미(31)와 '가곡 반주의 왕'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72)가 오는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무대를 연다.
이들의 무대는 2015년 첫 내한 이후 2년 만이다. 이들의 첫 내한 공연은 흥행에 성공하기 쉽지 않은 성악 무대였음에도 현장 취소 표를 구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을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14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황수미와 헬무트 도이치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부녀처럼, 때로는 사제처럼 친근한 모습이었다.
이들의 첫 만남은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그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이치는 "마스터 클래스(전문가가 가르치는 수업)에 참여했던 수미의 노래를 인상 깊게 듣고 기억하고 있었다"며 "이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다시 수미를 만나게 됐다"고 기억했다.
이후는 알려진 대로다. 황수미는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도이치는 공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황수미를 먼저 찾아와 "함께 연주하고 싶다"며 자신의 이메일까지 건네줬다.
대가가 바라본 이 신예 성악가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동양인 성악가들이 전반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감추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수미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해내죠. 그게 다른 성악가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도이치)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동양 소프라노에게 도이치는 이름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도이치는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바리톤 울라프 베어 등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의 가곡 독창회 반주를 도맡아 온 연주자다.
이들은 2015년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무대를 비롯해 여러 해외 공연장에서 듀오 무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2년 만에 다시 서는 한국 무대를 위해 낭만부터 현대까지의 여러 가곡을 준비하고 있다. 브람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리스트, 벤자민 브리튼 등의 가곡을 폭넓게 들려줄 예정이다.
독일 본 오페라 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약 중인 황수미와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 중인 도이치는 서로의 도시를 오가며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들이 특별히 아끼는 곡은 2부 첫 곡으로 연주될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3개의 소네트'다.
"리스트가 시인 페트라르카의 시에 음악을 붙인 곡인데, 원래는 테너를 위한 곡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한 남자의 절절한 애정이 가득 남겨 있어요. 낭만의 극치죠."
황수미는 콩쿠르 우승 이후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데뷔한 그는 그간 푸치니 '투란도트'의 류, 헨델 '리날도'의 알미레라, 비제 '진주조개잡이' 레일라 등의 배역을 맡았다.
최근 시즌에서 푸치니 '라보엠'의 미미, 모차르트 '돈 조반니'의 돈나 안나 등을 연기하며 역할을 늘려나가고 있다.
작년 1월에는 스위스 제네바 국립 오페라 극장에도 데뷔했다.
"여전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감사한 일이지만,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넘어서는 것도 제 숙제죠. 한국 무대에도 더 자주 오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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