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카타르 정부 소유의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예루살렘지사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14일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와 와이넷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은 알자지라 지사 폐쇄 안건을 두고 지난 12일 처음으로 정식 논의했다. 이번 논의에는 이스라엘 정부 미디어국, 외무부, 신베트 국내 정보기관, 보안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알자지라 지사 폐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이러한 논의가 있었다고 확인하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이러한 시도는 지난 5일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등이 알자지라 방송 송출과 해당 매체의 웹사이트 접근을 전면 차단한 후 이뤄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간 알자지라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보도할 때 팔레스타인에 유리한 보도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알자지라가 선동을 부추기고 "나치 독일식"의 보도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알자지라 예루살렘 지부장 왈리드 오마리는 "아직 어떠한 공식 통보를 받은 게 없다"면서도 "우리는 균형된 보도를 해 왔고 이스라엘의 자사에 대한 편향성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마리 지부장은 이어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위협이 중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아랍권에서 폭넓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사우디 등 걸프 국가와 이집트 정부로서는 사실상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알자지라는 걸프 국가의 권위주의식 통치권을 비판하는 보도를 서슴지 않는 등 정부의 보도 통제를 받아온 기존 아랍권 미디어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알자지라가 2011년 발발한 '아랍의 봄'을 지지하거나 힘을 싣는 논조로 보도하면서 이집트와의 갈등이 커지는 등 이웃 국가들의 불만이 누적됐지만, 카타르 정부는 알자지라 보도에 간섭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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