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앉은 자리서 피켓시위…與 "야당 입장 이해"
'위장전입·병역면제·후원금 의혹' 압박에 언성 높이기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이슬기 기자 =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에서 열린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청와대를 향한 야당의원들의 성토로 시작됐다.
야당이 부적격 공세를 펼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전날 청와대가 임명한 데 따른 항의 차원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리기로 돼 있던 김 후보자 청문회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원총회가 길어지면서 오후 2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김 위원장 임명강행은 야당과의 협치 정신을 저버린 것"이라며 남은 청문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격론 끝에 일단 '참가'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대신 김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의 명패 앞에 '5대 원칙 훼손', '보은·코드 인사', '협치 파괴' 등이 적힌 소형 피켓을 내걸고 앉은 자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은 물론이고 다른 야당의원들도 첫 질의 때 최근 정부의 인사문제에 대한 김 후보자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청와대를 비판했다.
첫 질의에 나선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바른정당은 가능하면 청문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추경예산에도 임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상당한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임명을 철회하든지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불가피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하다며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였다.
표창원 의원은 "우리가 볼 땐 비서실장의 사과와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지만 야당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국민도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진 의원도 "인사청문회 기준을 새로 만들어서 우리 미래세대에 새로운 준거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많은 팻말을 써주셨지만, 역지사지로 우리도 야당일 때 했던 부분들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검증의 강도가 앞서 치러진 청문회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른바 동료 의원에 대해선 봐주기를 하는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뒤 25명의 현역 의원이 후보자로 청문회장에 섰지만 낙마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일부 친분이 있는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을 축하하거나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황영철 의원은 질의에 앞서 "김 후보자는 제게는 따뜻한 형님 같은 분"이라며 옛 인연을 거론했고,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김 후보자의 내정 소속을 듣고 큰 기대를 했다"며 "중량감 있는 정치인인 만큼 성과를 내는 장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반부 들어 야당 의원들이 위장전입, 정치 후원금, 병역면제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면서 김 후보와 청문위원들간 치열한 공방전도 펼쳐졌다.
김 후보자는 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국가관이 있고 지금 장관이 될 거로 생각했으면 군에 갔을 것"이라고 꼬집자 "제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명 기회를 달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수형 사실 때문에 징집에서 빠지게 된 이유를 설명할 때는 "당시 수용했던 학생들 다 모은 자리에서 판정관이 판정했고 병적기록부에 그렇게 돼 있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며 억울하다는 표정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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