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디에·담장을 허물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악어 씨의 직업 =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악어가 멋지게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익숙한 걸음으로 인파를 헤집고 지하철을 타는 악어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글씨 없이 출근길 풍경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악어는 뭔가 근사한 직업을 가진 것 같다. 한적한 목욕탕에 들어가 옷을 벗은 다음 악어의 최종 목적지를 알게 되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길을 지나 똑같은 학교와 일터에 나가는 우리는 악어와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안정적인 직장 같은 울타리보다 더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한솔수북. 조반나 조볼리 기획. 마리아키아라 디 조르지오 그림. 32쪽. 1만1천원. 4∼7세.
▲ 마음은 어디에 = 까만 고양이 쿠로는 하얀 고양이 시로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의 빛을 선물하고 싶다. 하지만 손으로 잡아보려 했더니 나뭇잎이 잡힌다. 물통으로 떠올려보니 해파리가 들어있다. 답답한 마음에 물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아무것도 없다.
울면서 물 위로 올라온 쿠로를 시로가 위로해준다. 빛이 있는 곳을 알았기 때문. 빛은 물속이 아니라 하늘에 있었다. 쿠로와 시로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신비로운 느낌의 그림에 섬세한 마음을 담았다.
봄봄. 토네 사토에 지음. 엄혜숙 옮김. 32쪽. 1만1천원. 3세 이상.
▲ 담장을 허물다 = 오래된 담장을 허무니 눈이 시원하다. 텃밭과 느티나무,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도 보인다.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까지 내 차지라 생각하니 뿌듯하다. 비우고 나눔으로써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
공광규 시인이 '담장을 허물다'를 다시 쓰고 김슬기 작가가 판화를 입혔다. 판 하나에 여러 번 이미지를 새겨 찍은 그림은 다채롭고 깊은 색감이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청태산까지 나의 정원이 되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의 정원으로 내놓으라고 나중에 보령 군수와 다투어볼 참이다/ (…)/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마을을 정원으로 갖게 되었다"
바우솔. 40쪽. 1만1천원. 초등 전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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