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출신 임경묵 교사 "틀 안에 가두는 교육은 금물"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한국 교육은 아이들을 좁은 틀에 가둬놓고 거기에 맞춰 키웁니다. 미국처럼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인재가 나오기 힘든 구조인 거죠."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한 '창의력 바이엘' 워크북을 펴낸 서울 이화여대 병설 미디어고등학교 임경묵(55) 교사는 한국 사회의 정형화된 교육 시스템을 정면 비판했다.
임 교사는 15일 "우리 교육은 개개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똑같은 양을 정해준다. 그 양보다 더 큰 생각과 재주가 있는 학생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정해진 양을 못 채우는 학생은 자존감이 떨어져 결국 도태되고 만다"고 말했다.
'창의력 바이엘'은 5권으로 이뤄졌다. 디자이너가 작업 과정에서 활용하는 감각과 방법으로 문제를 고찰하고 해결하는 법을 가르쳐 창의력을 길러주는 게 목적이다. 이른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다.
디자인,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직접 만들어 쓰던 교재를 보강해 정식 책으로 발간했다.
디자인의 기본 요소인 낙서, 점, 선, 면, 입체를 활용한 이미지 창작 훈련을 통해 개개인에게 내재된 창의력을 직관적으로 발휘하도록 도와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연스럽게 낙서를 하거나 점, 선 등을 이용해 다양한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게 되고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아주 작은 칸에 낙서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머릿속 이미지 요소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훈련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를 내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고 나중엔 사과 이미지 하나만 던져줘도 수십 개의 아이디어를 뽑아낼 줄 알게 됩니다."
창의력 제고의 기본은 좋은 경험을 많이 하는 거라고 임 교사는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요즘은 정보가 워낙 넘쳐나다 보니 아이들이 아주 작은 모험조차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위험해서,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귀찮아서' 지레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임 교사의 이력은 다채롭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디자이너 일을 하다 무역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1992년 교사 생활을 시작한 뒤 잠시 학교를 떠났다가 아이들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
임 교사는 스승과 제자가 서로 배운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가르치면서 얻는 것도 많은 만큼 학생들에게 더 많은 걸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선생보다는 나은 학생을 만들자는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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