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경찰청장·차장까지 조사…'직사 적절성' 판단만 남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고동욱 기자 = 검찰이 사망 인원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꾼 서울대병원의 고(故) 백남기 농민 새 사망진단서를 확보해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느리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은 검찰 수사가 이번 사인 수정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서울대병원 측에서 백씨 사망진단서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따로 전해온 적은 없다"며 "앞으로 새 사망진단서를 입수해 내용을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차벽을 뚫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과 버스에 묶은 밧줄을 끌어당기다가 시위 진압용 경찰 살수차(물대포)가 쏜 강력한 물줄기에 맞고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백씨는 이후 사경을 헤매다가 작년 9월 25일 숨졌다. 당시 '병사'로 사인이 적힌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백씨 가족 등은 백씨가 쓰러지고 난 직후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살인미수(예비적 죄명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고발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가 수사를 맡아 진행했다.
고발 이후 백씨가 사망해 검찰 조사는 경찰이 백씨 사망에 책임이 있는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유족은 현장 살수차 운용 경찰관들이 직사의 위험성을 알고도 백씨를 조준해 물포를 쐈고,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이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작년 10월까지 시위 진압을 지휘한 당시 구은수 서울경찰청장(현 경찰공제회 이사장), 장향진 서울경찰청 차장(현 경찰청 경비국장)을 비롯한 피고발인과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했으나 아직 사건 결론은 내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경찰의 살수차 운용 지침 등을 검토하면서 백씨 사건 당일 '경고 살수→곡사 살수→직사 살수' 등의 단계별 운용 지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백씨 직사 당시 물대포 강도 설정이 안전 지침을 준수한 것인지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상황보고서 등 경찰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를 토대로 당시 경찰 수뇌부가 구체적으로 현장 살수차 운용 요원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1년 반의 시간을 두고 광범위한 피고발인과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이 사실상 법리적인 판단만을 남겨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백씨 사망 사건 처리를 미뤄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촛불 개혁 10대 과제' 중 하나로 백씨 사건 재수사를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 백씨 사망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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