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단체 격렬 시위…극우정당 물리력 행사로 교육부장관 부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치권이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민자들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법안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탈리아 상원이 15일 소위 '이우스 솔리'라 불리는 이민법 개정안의 처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상원 안팎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극우정당과 우파 정당, 극우 단체들의 격렬한 항의로 몸살을 앓았다. 2013년 의회에 제출된 이민법 개정안은 그동안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해 5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의사당 내부는 반(反) 이민 성향의 야당인 극우정당 북부동맹 의원들이 상원에서 법안 토의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권 민주당 의원들을 밀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 와중에 법안 통과를 촉구한 발레리아 페델리(67) 교육부 장관이 북부동맹 상원의원들에 떼밀리며 책상 등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고, 의회 의무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 의장은 긴장이 가중되자 일부 북부동맹 의원들을 의회에서 퇴장시키는 등 조치를 취했다.
의회 건물 밖에서는 극우 단체인 카사파운드 회원들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거세게 충돌했다. 이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상원 의사당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물대포와 곤봉을 동원해 이를 저지했다. 또 다른 극우 단체인 포르차 누오바는 상원 밖에서 연좌 농성을 펼치며 이민법 개정안 통과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현했다.
라틴어로 속지주의를 의미하는 '이우스 솔리'로 불리는 이민법 개정안은 이민자의 자녀가 만 18세가 돼야 시민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이민법을 미국처럼 자국 땅에서 출생한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에서 최소 5년의 정규 교육을 받은 이민자 자녀에게도 시민권을 주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극우 정당인 북부동맹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사상 첫 집권을 노리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 우파 정당 이탈리아형제당 등은 이탈리아 사회에 통합이 된 사람에 한해 시민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민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부동맹 소속인 로베르토 마로니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이 법안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만약 이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좌파와 중도좌파, 자유주의 성향의 정당들은 속지주의에 기반해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은 기본권적인 개념으로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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