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매입 등 IUCN 권고사항 준수 자평…'확대 등재'만 남아
"제주를 세계적 자연환경 관리·보전 중심지로…주민 동참 필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전지혜 기자 = "제주도의 다른 중요한 용암동굴계와 화산체를 포함해 세계자연유산지구의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십시오."
유네스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에 올리면서 제주도에 이렇게 권고했다.
당시 핵심지역 내 사유지 매입, 관광객 효율적 관리 및 상업활동 규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농업활동 규제, 생물 다양성 가치 관리와 함께 제시한 권고안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만10년이 된 현재 이른바 'IUCN의 5대 권고사항'은 얼마나 이행됐을까. 세계자연유산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동시에 제주를 세계적 자연유산 관리·보전의 중심지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 사유지 매입 99.9% 등 4대 권고안 준수…문제는 확대 등재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등 제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의 총면적은 188.45㎢(핵심지역 94.75㎢·완충지역 93.70㎢)다.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보존을 위해 2007년부터 543억여 원을 들여 핵심지역 내 사유지 364필지(344만3천392㎡)에 대한 토지매입 작업에 착수했다.
도는 재조사를 거쳐 핵심지역 내 사유지를 362필지(343만4천949㎡)로 조정했고, 지난해 말까지 사유지의 99.9%인 357필지(343만2천275㎡)에 대한 토지매입을 완료했다. 사실상 100% 사유지 매입을 마무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외에도 IUCN 권고사항 이행 차원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거문오름은 예약제와 탐방 총량제를 도입했고 한라산과 성산일출봉도 올해 하반기부터 탐방예약제를 시작한다.
세계자연유산의 가치에 걸맞은 입장료 징수를 위해 워킹그룹이 제안한 한라산(1인당 2만원±α)과 성산일출봉(1인당 1만원±α) 입장료를 놓고 여론도 수렴 중이다.
용암동굴 주변 농경지에 대해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친환경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생물다양성 가치 관리를 위한 다양한 학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세계자연유산 확대 등재다.
도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상류동굴군 학술조사, 세계자연유산 확대 타당성 조사용역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수월봉과 차귀도, 거문오름 상류동굴군, 소천굴 등 4곳을 추가 등재 후보지로 확정했다.
이들 4곳은 제주를 대표하는 '화산지질·지형과 용암동굴'로서 문화재청에 세계자연유산 후보 잠정 목록 대상으로 신청돼 앞으로 1년간 현지실사 등을 통한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훌륭한 자연·문화유산을 잠정 목록 대상으로 신청할 것으로 보여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2018년까지는 한 국가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각각 하나씩 신청할 수 있지만, 2019년부터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통틀어 한 개만 신청하는 것이 허용돼 제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확대 등재 절차의 경우, 문화재청이 제주와 국내 다른 지역이 내놓은 후보군을 심사해 올 연말께 2019년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를 최종 선정한다.
이어 2018년 2월 1일까지 해당 후보지를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하면 같은 해 7∼10월 유네스코 평가위원들의 현지실사가 이어지고, 다음 해인 2019년 세계유산총회에서 확대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 난다.
◇ "제주를 세계적 자연환경 관리·보전 중심지로…주민 동참 필수"
이런 가운데 등재 10주년을 맞아 이제는 세계자연유산 확대 등재를 넘어 제주를 자연환경의 관리와 보전의 세계적 중심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 차원의 노력 외에도 도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UCN 한국위원장으로서 제주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당시 많은 역할을 했던 이인규 서울대 명예교수와 IUCN 아시아위원회의 초대의장을 역임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노력 중인 서영배 서울대 교수는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면서 동시에 지역주민 동참을 통한 보전을 강조했다.
두 교수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제주도가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유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들 교수는 "국가가 아닌 지역에서부터 세계유산 관리·보전에 나서야 한다"며 "세계유산을 통한 관광이익이 직접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을 만들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에 참여하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이 되기 전 우리나라에 세계문화유산이 8개나 있었음에도 국민은 세계자연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잘 몰랐다"고 지적하고, 등재 후 제주도에 관광객이 몰려들자 그제야 세계자연유산 등재의 의미와 파급효과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가 현재 위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복합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복합유산은 얼마 없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추진 당시 심사위원들이 '제주도 곳곳에 더 많은 유산이 있으니 범위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며 "제주는 자연유산과 역사·문화가 함께 잘 어우러져 있으니 연결을 잘하면 복합유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자연환경 자산 관리의 세계적 중심지로서 제주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서 교수는 "제주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과 더불어 람사르 습지지정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네스코 3관왕을 넘어 4개 범주에서 동일지역이 동시에 지정된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라며 "제주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보호지역을 10년 안팎의 오랜 기간 관리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유네스코 지정 세계보호지역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유네스코 지정 연구·훈련센터를 유치해야 한다"며 "제주는 명실공히 자연환경 자산 관리 부분에서 세계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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