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일랜드 이어 합류 예정…룩셈부르크 총리 등 유럽서만 3명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럽에서 동성애자 총리의 탄생이 잇따르고 있다.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에 이어 지극히 보수적인 나라인 세르비아에서도 동성애자가 총리를 맡게 됐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AFP에 따르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날 동성애자 여성인 아나 브르나비치를 총리에 임명했다.
브르나비치는 동성애 혐오증이 만연한 발칸 지역의 첫 동성애자 총리이자 세르비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그는 국회 승인을 거쳐 수주 내에 취임할 예정이다.강력한 권력을 쥔 부치치 대통령 정부에서 총리직은 상징적인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로, 세르비아에서 관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그대로 상징적인 사건이자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르비아 국민 700만 명 가운데 대다수는 보수적인 동방정교회 신자다.
그러나 세르비아 정부는 2009년 유럽연합(EU) 가입 신청 이후 동성애자를 비롯한 소수자들의 인권보호가 EU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로 인식되자 이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2010년 극우 단체가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동성애자 퍼레이드 참가자들을 공격하면서 150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3년간 해당 행사가 금지됐다가 2014년 경찰의 삼엄한 보호 속에 재개됐다.
부치치 대통령은 "브르나비치는 총리에 적합한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인물로, 다른 장관들과 함께 세르비아의 발전과 진보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르나비치는 "큰 영광"이라면서 "애정과 진정성을 갖고 책임 있는 자세로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41세의 브르나비치는 재생에너지 회사 임원 등 기업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8월 행정장관으로 임명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동성애자가 장관이 된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장관 임명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능력과 전문성이 있고 성실하고 정직한지,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조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를 원하는지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임명에 따라 세르비아는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에 이어 동성애자 총리를 둔 유럽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앞서 아일랜드에서는 지난달 의사 출신의 38세 동성애자이자 집권당인 중도우파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 대표인 레오 바라드카르가 총리직에 올랐다.
지난 2013년 룩셈부르크 최초의 동성애자 총리가 된 그자비에 베텔도 여전히 현직에 있다. 그는 룩셈부르크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이듬해인 2015년 동성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에 앞서 엘리오 디뤼포 전 벨기에 총리, 아이슬란드 첫 여성 총리인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전 총리도 동성애자였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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