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 첨단 신개념 '가상화폐' vs 어둠의 세계 '검은돈'

입력 2017-06-17 08:01  

[비트코인 광풍] 첨단 신개념 '가상화폐' vs 어둠의 세계 '검은돈'

마약 거래·보이스피싱 등에 활용…가짜 유사화폐 사기도

규제 마련 논의 시작했으나 구체적인 성과 나오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온라인 가상화폐가 가격 급등으로 대중의 이목을 받는 만큼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자금흐름의 추적이 쉽지 않아 도박, 마약 거래 등 '검은돈'이 필요한 곳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유사 가상통화를 이용한 사기도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근거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범죄 세계에서 가상화폐가 새 결제수단으로 부상


올해 4월 일본에서 비트코인이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받았지만 '어둠의 세계'에서는 이미 거래대금으로 활용돼왔다.

강원지방경찰청이 검거한 마약사범 일당의 사례를 보면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구매자들에게 대마를 제공한 대가로 비트코인을 송금받았다.

지난 4월 경찰에 붙잡힌 한 음란사이트 운영자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회원들을 설득해 비트코인 결제를 권장했다.

경찰이 이 운영자를 검거하면서 압수한 비트코인이 216비트코인(BTC)에 달했다. 당시 가격으로 2억9천만 원어치다.

최근에는 범죄 수익금을 비트코인으로 돈세탁하려다 검거된 사례도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로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려고 비트코인 거래소의 가상계좌로 송금을 시도했다가 은행의 이상 거래탐지시스템에 걸려 자금세탁 시도가 무산됐다.

아예 보이스피싱을 하면서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피해자들을 저금리의 정부정책상품으로 전환 대출해주겠다고 속이고서 수수료 명목으로 편의점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수법이다.

비트코인 구매 영수증에 기재된 비밀번호만 알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단속 강화로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사기범이 가상통화를 탈출구로 삼은 셈이다.







'짝퉁'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도 늘고 있다. '유니온플러스', '힉스코인' 등 가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유사수신 범죄자들은 다른 투자자를 더 많이 끌어오면 추가로 배당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다단계 수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가짜 가상화폐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건수는 2015년 13건에서 지난해 27건으로 급증했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투자상품으로 거래되고 결제수단으로 인정받는 틈을 타 투자사기가 횡행하고 있다"며 "코인값이 무조건 오른다며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사기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가상화폐 거래 규제할 법·제도 마련해야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학계·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상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관련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연초 업무계획에서 가상통화의 이체·송금·보관·교환 등 취급업에 대한 규율 근거와 자금세탁 방지를 비롯한 거래 투명성 확보방안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금융당국은 항변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틀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세계 공통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단일국가 단위로 가상화폐 거래 관련 제도를 만든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일본은 4월에 자금결제법을 개정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뉴욕주가 유일하게 비트코인 거래를 원하는 기업은 '비트라이선스'를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캐나다, 중국, 프랑스 등 주요국가들은 가상화폐에 자금세탁 관련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가상화폐거래의 자금세탁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제3자 송금시 거래내역을 보관하거나 의심거래를 보고하는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제도화,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 등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코빗 이사는 "해외에서 거래소가 해킹돼 도산한 사례가 있다"며 "이런 점이 소비자에게 잠재적인 위험일 수 있어 제도화된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본인 확인이나 투기 방지를 위한 입출금 제한 등을 하고 있으나 이런 것이 제도화돼야 한다"며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시장이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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