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봐 달라"…'논란 백화점' 지적에 진보진영서도 회의론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고동욱 기자 = 새 정부 검찰 개혁 의지를 상징하는 인물인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불법 혼인신고, '성 관념'에 얽힌 필화, 부적절한 아들 '구명' 등 갖은 논란에 휩싸여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안 후보자는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일을 해명·사과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혀 향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안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청문회에서 평가해달라"며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여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의제인 '검찰개혁'을 난관 해결의 명분이자 돌파구로 삼았다.
개인 허물에 대해선 반성하고 비판을 달게 받겠지만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생각해 적임자인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마이 웨이 선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야당이 일찌감치 안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지목하고 공개 비판하고 있어 속단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껏 제기된 여러 논란만으로도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안 후보자는 과거 신문에 실은 칼럼에서 음주 운전과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쓴 사실을 고백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흠결이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우선 제기됐다.
이어 '남자란 무엇인가', '사랑과 사상의 거리 재기' 등의 저서에서는 판사 성매매 사건을 동정하는 듯한 언급을 하고 여성 제자의 벗은 신체 부위를 성적 감상 대상처럼 묘사해 '성 관념'을 둘러싼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의가사 제대한 안 후보자가 공개 토론 장소에서 군대를 '감옥'에 비유해 국가관 논란이 불거졌는가 하면 두 자녀와 모친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또 고교 재학 시절 퇴학 위기에 몰린 아들의 구명을 위해 교장에게 '탄원서'를 보내 학교 행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각종 의혹과 문제 제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런 가운데 전날 터진 '몰래 혼인신고' 사건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안 후보자는 일방적 혼인신고 문제와 관련해 "오래 전 개인사는 분명히 저의 잘못"이라면서도 "이후의 제 삶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비록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사문서 위조 등 행위로 대체로 징역형이 선고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결정적인 법무부 장관 결격 사유라는 목소리가 많다.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인사들 사이에서조차 더는 두둔하기 어렵게 된 것이 아니냐는 한탄 섞인 반응도 나온다.
특히 새 정부가 마침 터져나온 '돈 봉투 만찬' 사건을 지렛대 삼아 법무부 문민화, 검찰 수사권 조정 등 강력한 검찰 개혁을 조기에 추진하려는 국면에서 다름 아닌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총체적 비위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이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한 진보 성향의 변호사는 "저서의 일부 발언을 발췌한 비판은 지나친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혼 부분 비록 오래전 일이라고는 하나 엄연한 처벌 대상 행위라는 점에서 장관직 수행이 어려워 보인다"며 "안 장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동력 약화가 불 보듯 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민정수석에 이어 안 장관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해 강한 개혁 성향 법학자들이 이끄는 '문민 지휘부'로 강력한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파견된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적으로 임명하고,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시켜 옷을 벗게 하는 등 사실상의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상황이었다.
안 후보자의 임명 전에 이미 검찰총장 천거 절차가 시작된 것도 임기 초 검찰 개혁의 초석인 '인적 쇄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안 후보자를 둘러싼 현재의 논란을 어떻게 극복하고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적 여망이 담긴 과제를 실천에 옮겨 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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