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용산역은 일제에 강제동원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이별의 마지막 기억이 남은 장소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강제동원된 피해자 유가족인 이희자(74·여) 태평양전쟁피해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16일 오후 용산역 광장에서 "광장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하도록 해달라"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날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릴레이 1인 시위가 시작된 지 72일째로 유가족이 시위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씨는 "용산역은 일제가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끌고 가는 우리 노동자들을 집결시켰던 곳"이라며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 용산역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가 올해 2월 발족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올해 3·1절에 맞춰 용산역 광장에 노동자상을 세우려 했으나 국토교통부는 "국가 부지라 부적절하다"며 불허했다.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는 강제징용 피해자 청동상을 제작했지만 정부의 불허로 설치를 못하고 있다. 대신 이날 시위 장소에는 원래 청동상과 같은 모양인 플라스틱 모형이 놓였다.
여덟 살 때 할머니네 집에 다니러 간 사이 아버지가 일제 끌려갔다는 이명구(80)씨도 1인 시위에 참가했다.
그는 "아버지가 끌려간 지 1년 만인 1945년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지셨다.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네 살 터울인 동생도 제대로 먹지 못해 죽었다"며 강제징용으로 가족을 모두 잃었다고 했다.
태평양전쟁피해보상추진협의회는 "용산역 광장을 비롯해 인천, 울산, 부산 등 전국 각지에 노동자상 설치를 추진 중이며, 평양에도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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