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측정소 73곳 중 59곳 옥상 등 높은 곳에 설치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미세먼지가 심한 것 같은데 왜 발표된 수치는 저렇게 낮지?'
미세먼지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도로변 전광판에 안내되거나 지자체가 발표하는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과연 정확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는 주민이 적지 않다.
미세먼지 체감 농도와 실제 발표 수치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의구심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미세먼지 측정소가 부적절한 곳에 설치된 것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기도 미세먼지 경보제를 운용하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는 73곳에 미세먼지 측정소(도로변 측정소 7곳 미포함)가 설치돼 있다.
가평군 가평읍 측정소는 3층짜리 가평군의회 옥상에, 광주시 경안동 측정소는 3층 높이 건물 옥상에, 안산시 고잔동 측정소는 안산시청 건물(4층) 옥상에, 성남시 수내동 측정소는 분당구청(4층) 옥상에 설치됐다.
나머지 측정소 중 상당수도 이같이 공공건축물이나 민간건축물 옥상에 설치돼 있다.
전체 측정소의 시료채취구 높이 분포를 보면 지상에서 1.5∼10m인 곳이 14곳(19.2%), 11∼20m인 곳이 52곳(71.2%), 21∼30m인 곳이 7곳(9.6%)이다.
환경부의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에는 미세먼지 측정소의 시료채취구의 높이를 '사람이 생활하고 호흡하는 높이인 지상 1.5m 이상, 10m 이하 범위'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도내 미세먼지 측정소의 59곳(80.8%)이 지침의 범위를 벗어나 설치된 것이다.
다만, 지침에는 '고층 건물 밀집 지역 등 상당수 주민이 10m 이상 높이에서 생활하고 있으면 해당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높이에 설치한다. 그렇지만 채취구의 높이가 지상 30m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도내 측정소들이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미세먼지가 도로변 등 낮은 곳이 심하고 높을수록 농도가 낮아질 수 있는데 10층 이상 높이에서 측정하거나 주택가 또는 숲이 많은 한적한 곳에서 측정하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대기연구부 관계자는 "각 시군에서 설치하다 보니 미세먼지 측정소가 설치 허가 등이 쉬운 공공건물 옥상 등에 많이 설치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이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도시대기 측정소도 가급적 10m 이내 높이에 설치하도록 도로변 측정소도 점차 확대 설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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