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수에게 듣는다] "코스피, 대세상승장 아직 아니다"

입력 2017-06-18 06:27  

[투자고수에게 듣는다] "코스피, 대세상승장 아직 아니다"

가치투자가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韓 주식 매력적…중소형 가치주·저평가 내수주 주목"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이채원 부사장은 코스피가 아직 대세 상승장 징후가 확인되지 않아 연말까지 큰 폭으로 오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가치투자가로 유명한 이 부사장은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재고를 늘리는 재고 확충 사이클 측면이 강하다"며 "실수요가 아닌 가수요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라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고 증설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고를 줄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재고를 조금씩 키우는 상황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지금까지 실수요가 아니라 가수요이기 때문에 반락이 있을 수 있다"며 "내년쯤 경기가 실제 회복하고 소비가 늘어나고 유가와 원자재가격도 오르면 비로소 대세 상승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직 이런 대세 상승장이 확인되지 않아 코스피를 중립적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진짜 그런 장이 오면 그때 가서 베팅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가격이 아직 싸다는 점에서 한국 주식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어닝 일드'(earning yield·이익률)를 계산하면 코스피가 8% 정도인데, 채권 이익률을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인 1.7% 정도로 가정하면 주식과 채권의 이익률 차이인 '일드 갭'이 6%가 넘어 여전히 코스피가 저평가 상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코스피의 올해 상장사 예상이익이 세후 120조원이고 시가총액 1천500조원을 반영하면 이익률은 8%가 된다"며 "기대수익률은 은행이 1.7%, 부동산 3∼5% 정도로 여전히 주식이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멀티플)가 낮은 가치주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익률의 역수가 PER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으면 채권의 PER 배수가 커져 멀티플이 높은 초고속 성장주가 안 비싸 보인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채권 PER 배수가 작아져 배수가 낮은 가치주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사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급보다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중요하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수급이 안 좋아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경기 회복에 따른 인상이어서 기업의 펀더멘털은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대형주가 오르기 시작한 게 2015년 8월부터로 그동안 많이 오르기도 했고, 시기적으로 조정받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소외된 중소형주가 움직일 수 있다"며 "바이오와 같이 배수가 높은 중소형 성장주보다 중소형 가치주를 좋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005930]에 대해서는 "코스피 이익률이 8%라고 할 때 PER가 12배인데 삼성전자는 PER 9배 수준으로 아직 비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과 같은 이익 급증세가 유지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주가의 향배는 실적이 얘기해 줄 것"이라며 "실적이 늘어나면 주가도 계속 오르고, 실적이 꺾이면 주가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지난 2년간 좋은 성과를 낸 경기민감주나 수출업종보다 내수주 중에서 잘 버티고 있으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5조원 정도 운용하고 있다.

hyunmin6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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