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기자회견에서 '허위 혼인신고'에 대해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은 전적인 저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다"고 사과했다. 안 후보자는 "70년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큰 잘못은 저의 20대 중반, 청년 시절에 저질렀던 일"이라며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고 오늘까지 그때의 그릇된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27살이었던 1975년 12월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3월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에 대해 시인한 것이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안 후보자는 형법상 사문서위조 등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를 한 것이다. 이런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격 사유를 안고 '법치의 수장'이 되겠다고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안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서면논평에서 "안 후보자는 사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대선 당시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돼지흥분제 논란'을 거론하면서 "부끄러운 줄 알고 당장 자진 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파렴치한 범법자'라고 맹비난하면서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여당도 안 후보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런 (안 후보자의) 문제들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자는 "검찰 개혁과 법무부 문민화 작업에 제가 쓸모 있다고 판단해서 (대통령이) 제 모든 흠과 과거 잘못에도 불구하고 지명한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제 개인 흠보다 그 일을 수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 국민이 총체적으로 평가해 기회를 주신다면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다.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간다면서 '국민 평가'를 거론한 것도 부적절한 태도인 듯하다.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후보자의 심각한 흠결까지 불거져 정국이 더 꼬이고 있다. 야당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만취운전과 임금체불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책임을 따지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 인사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에 있다"며 "해도 너무한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두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추진할 태세다. 아무리 후하게 봐도 안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등 문제는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닌 것 같다. 청와대는 인사검증을 제대로 한 것인지 되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국민에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안 후보자를 비롯해 중대한 흠결이 드러난 장관 후보자들은 거취 문제를 스스로 고민해 보기 바란다. 설사 일부 후보자가 낙마하더라도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 산적한 개혁과제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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